정글북은 어릴 땐 단순하게 늑대소년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왠지 모르게 짠한 것이
어느 세계에도 완전히 안착하지 못해 적응하려고 애쓰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늑대 가족과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모글리의 십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늑대들이 더 이상 모글리의 편이 되어 주지 않았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인간의 마을에 내려가 늑대들이 무서워하는 불을 가져오며
다시 한번 자신을 배척하는 세력을 제압하고자 했지만
이미 늑대 무리는 모글리를 일원으로 여겨주지 않을 때의 모글리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니
마음이 진짜 아팠다. 자신의 인정해 주지 않는 곳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었던 모글리가
인간의 마을로 내려갔지만 아쉽게도 인간의 마을도 모글리를 일원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늑대 무리와 인간의 마을 양쪽에서 상처받은 모글리가 네 마리의 늑대 형제들과 함께 정착할 곳을 찾아
또 다른 정글로 향하는 대목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아가다 보면 어떤 무리에도 소속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온다.
개개인의 성향이나 선택보다 조직이라는 틀이 무리를 유지하고 움직이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나의 선택이 무리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을 때 나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든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의 세계에서 그들과 소통하고 살아가지만 인간으로서의 자신과
늑대의 품에서 자라온 자신 사이에 깊은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모글리는
완전한 늑대도 완전한 인간도 될 수가 없었다.
어디서건 이방인으로 여겨지는 모글리의 위치를 통해
어쩌면 우리 모두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도 내향적이고 집순이였던 나는 어른들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강인한 소녀 삐삐가 참 부러웠다.
삐삐의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사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고,
스스로를 억압하지 않는 삐삐에게는 일상이 상상과 모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삐삐처럼 저렇게 용감무쌍하게 살면 정말 재미나는 일이 많겠다고 부러워했는데, 여전히 삐삐의
누구보다 강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자신의 개성을 믿을 수 있는 당당함이 부럽다.
남들이 정해준 기준에 먼저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추지 말고,
나만의 세계 나만의 웃음을 짓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속 모험과 우정, 용기를 배우며 인생에서 마주하게 될 모험도 두려워하지 말고
한 걸음 내디디면 성장할 것이라는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동화 처방전이라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