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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맞는 말
김나영 지음 / 별빛들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 소개에 경력 10년 차 교포어 번역가라고 되어 있어
교포어 번역이 뭔가 싶었는데, 남편이 교포였다.
오탈자에 빨간 밑줄을 긋던 저자가 남편의 오역에 하트를 그리게 된 사랑의 에세이였다.
한번 '맞나줘요' 라는 문법 정신에 어긋난 텍스트를 두고 평소 같았다면 볼 일이 없었을 텐데
운명적이게도 만남이 성사되었고, 보고 싶어서 만나자는 당연한 말에 울림이 있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맞나다를 검색한 결과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는데,
'맞나다'는 마주하다에 '맞'과 나가다의 '나'가 결합한 형태였다.
'맞나다'는 '마주 나다'란 뜻이다.
서로 상대방을 향하여 마주 대하고 안에서 출발하면 바깥의 어느 시점에서 만난다란 행위가 이루어진다.
오늘날의 만나다라는 의미가 마주 나가다의 결과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만나다란 단어의 초기 의미는 마주 나가다란 행위의 시작 부분을 일컫는 것이다.
상대방을 마주 대하고 상대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것임을
남편의 만남으로 저자는 알게 되었다.
한번 맞나자는 그 말을 거절했다면 남편을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고
자신의 마음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기쁨을 아마 영영 모른 채 살았을 수도 있었다니
정말 인연은 따로 있나 보다.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언어를 주고받으며 남편이 한국어를 알지만 온전히 알고 있지는 못하고
자신이 영어를 할 때처럼 미묘한 차이를 느끼며 그 틈에서 오는 오역을 좋아한단다.
언어로 사람을 해석해 왔던 자신에게 남편의 오역은
단어와 삶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두 부부의 이야기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교포의 단어 혼동에서 오는 에피소드가 시트콤같이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갑자기 왜 뾰루지가 됐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뾰로통한 마음이 사라진단다.
얼굴에 난 뾰루지처럼 하루 종일 심란하고 뾰족하게 가시를 세우고 있던 마음이
그 앞에 선 사라진다고 하니 사랑이 전제가 되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긴 하다.

같은 단어도 각자의 상황이나 경험에 의해서 정의가 달라진다.
이 다름은 부부가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바꾸고 싶지도 않단다.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언어를 주고받고 삶의 궤적을 나누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어휘가 다양해진다.
십 년이면 모든 걸 알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놀랄 일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동음이의어들이 얼마나 많을지 그로 인해 자신들의 어휘가 얼마나 다양해질지
기대된다고 하는 부부의 언어가 참 사랑스러웠다.
발음의 차이, 문화의 차이에서의 오역이 오히려 사랑의 언어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의 본 뜻을 들여다보게 되는
유쾌한 시트콤 같은 사랑스러운 부부의 이야기였다.

#에세이 #사랑의언어 #교포어 #관계의문 #거의맞는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