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람들이 사는 게 힘든 이유가 건네받은 바통을 들고 골인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에게 받은 바통을 누군가에게 건네겠다고 생각하면
혼자 달려야 하는 거리를 훨씬 단축할 수 있는데 혼자 기필코 결승전까지 골인하려
애쓰면 삶이 고달파진다.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내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노스님께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죽음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나와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가까이 지냈던 동급생이 백혈병으로 죽자
죽음이 당장이라도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었다는 고백도 와닿았다.
예전에는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죽음이 내 주변에서 빈번해지자 막연히 불안하고,
덜컥 겁이 났는데 스님은 어린 나이에도 죽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아무리 물어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매일매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닥치는 대로 책도 읽고,
여기저기 종교 시설에도 가보다 선종절에서 자선모임에 참여하면서 스님의 길을 걷게 되셨단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겁을 낼 것이 아니라,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과거, 미래 가운데 바꿀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다.
과거도 미래도 바꿀 수 없다. 지금의 축적이 미래가 된다.
대신 죽음을 묻더라도 그에 대한 대답은 부족하게 살아야 함을 명심해야겠다.
삶은 죽음과 붙어 있다. 죽음을 찾아가다 보면 지금을 살자는 것으로 집약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사랑받는 것도, <이웃집 야마다군>의 주제가 샹송 '케세라세라(내일 일은 난 몰라)',
비틀스의 'Let it be(있는 그대로)' 가 사랑받는 이유도 모두 선의 사상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오늘에 집중하되 집착하지 않는 삶의 방식을 점검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