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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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2027년 헤르만 헤세의 탄생 150 주년을 기념하며,

그의 특별함을 그가 전 세계 모든 계층, 모든 연령의 사람들과 나눈 편지 교환에서 찾은 책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현존하는 편지가 44000 통에 달한다고 하니,

새삼 그의 따뜻함과 성실함을 느끼게 되었다.

헤세에게 편지는 독자들의 가장 다양한 주제와 문제에 대한 극히 개인적인 입장 표명이었으며,

삶의 위기에서 보내온 도움 요청에, 불안과 절망과 질병에 건네는 응답이었다.

언제나 상대방과 그 관심사를 향해 있었다.

헤세의 글은 물론이고 정원을 가꾸며 목가적인 노년의 삶을 살아간 방식도 너무나 존경하기에,

그가 독자들에게 건넨 편지들이 굉장히 값지다고 생각했는데,

자본주의의 논리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좀 씁쓸했다.

피츠제럴드의 헌정 문구 한 줄의 6억 원인데,

헤세의 친필 헌사 여러 줄이 100만 원대라고 한다.

희소성의 가치가 시장 경제에서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을 떠나 스위스 몬타뇰라의 작은 시골집에서 살았던 헤세는 독자들이 편지를 보내면

성실하게 답장을 쓰고 책에 서명하고 때로는 엽서 여백에 수채화를 그려 보냈다.

남아 있는 것만 4만 4천 통에 이른다니, 이렇게 다정한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그렇게 수천, 수만 번의 서명이 남아있기에 헤세의 친필 서명 가치가 덜하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말년에 건강이 악화되어 통풍과 류머티즘 증상과 급격한 시력저하로

아내가 답장 내용을 대신 써 주기도 했지만 서명만큼은 떨리는 손을 들어 본인이 직접 했다고 하니,

그 다정한 마음이 느껴져서 더 존경스러워졌다.

나의 사춘기 시절, 최애 작가였고, 그로 인해 독일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고,

반 고흐 또한 최애 화가 중 한 명이라 그들의 편지에 관한 이 책이 더 기대되었다.

헤세와 고흐가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며 직접적인 접촉 역시 입증할 순 없지만

헤세가 고흐의 작품을 알고 있었고 그의 운명에 깊이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예술에 대한 이해와 타인의 의미를 바라보는 방식은 달랐지만,

그들은 묘하게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학의 길을 걷다 실패했다.

헤세는 시인이 되겠다며 신학교를 탈출했고, 고흐는 탄광촌에서 기행을 일삼다 전도 생활을 포기했다.

고흐가 탄광 노동자들에게 가진 것을 전부 나눠줘서 교회에서 해임 당하고,

가족에게도 쓸모없는 이상한 인간 취급을 받은 것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아를의 눈부신 빛이 그를 화가로 만든 것이 아니라 보리나주의 어둠이 그를 밀어냈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늘진 쪽 줄기가 더 빨리 자라서

밀어내는 것처럼 빛을 향한 의지가 아니라 그늘의 성장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해석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의 농민들의 모습은 너무 어두워

파리에서 화상으로 일하던 테오는 그 그림을 팔 수 없었지만,

고흐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임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두 사람 모두 문학과 회화에 대한 사랑, 수많은 위기의 체험,

우울에서 자살에 이르는 성향을 통해 내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에게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분리할 수 없기에 그들을 함께 조명한 책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에게 편지로 전하는 안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녔다.

헤세에게 안부란 타인을 향한 관심과 의식의 표현이며, 상대방의 내면적 본질에 대한 인정이었지만,

고흐에겐 부재하는 물리적 현존의 대체이며 감정의 닻이었다.

테오가 보내오는 편지에서 화랑의 자랑스러운 양각 로고가 사라지고,

테오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낀 고흐의 마음을 상상해 보니 정말 가슴이 아팠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진 빚은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형이 화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후 10년간 생활비를 대주었던 동생에게

아들이 태어나고, 자신이 이 아이의 부모에게서 돈을 빼앗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자책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형의 죽음을 견디지 못한 동생 또한 6개월 뒤 형을 따라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한 사람과만 안부를 전하던 고흐의 마지막과

4만 4천 통의 안부를 통해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서 벗어나

85세에 자신의 침실에서 잠들 듯 조용히 눈을 감은 헤세의 마지막 모습이 교차하니,

빚이 되는 안부와 숨이 되는 안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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