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고 말하기 -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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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점점 확장되고 있는 SNS 시대에 정작 소통의 토대가 되는

비언어적 구조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음을 자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의사소통의 기본 구조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타인의 일상을 끊임없이 응시하지만

그 안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신체의 온기도,

서로를 하나의 인격으로 승인하는 깊은 눈맞춤도 없다.

상대방의 미세한 감정의 리듬과 강도를 나의 감각으로 다시 느끼고 재구성하는

감각의 교차편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즉, 상호 주관적 정서 공유를 통해 형성되는 존재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대상을 함께 바라보며 의미를 만들어가던 경험은 사라지고

타인의 소비하거나 평가하는 포식적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들으니 소름이 돋았다.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관점 바꾸기는 줄어들고

그 자리를 알고리즘이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동영상들이 메꾼다.

그래서 남는 것은 분노와 적개심 뿐이고, 비웃음과 비아냥에 숨겨진

자기 파괴의 결과를 알아채지 못한 채 내부로부터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AI가 획기적인 멀티모달 기술을 통해 인간의 표현 방식을 아무리 정교하게 모방한다 하더라도

소통의 본질에 쉽게 도달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소통은 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조율과 감각의 교차편집과 같은 '말하기 이전에 이미 말해야 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AI에게는 인간이 수만 년 동안 같이 느끼고 함께 형성해온 비언어적 소통의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소통의 원형, 말하기 이전에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던 그 상호작용의 원형을 복원해야 함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책이었다.



소리 내 우는 것 이외에 거의 무방비 상태처럼 보이는 아기는

아주 중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지니고 태어나는 데 바로 피부이다.

피부는 드러난 뇌라고도 한다. 표피와 신경조직은 배엽의 가장 바깥쪽인 외배엽에서 자리 잡는다.

신경계는 파묻혀 있는 피부이고 피부는 밖으로 드러나 있는 신경계라고 볼 수 있다.

피부와 뇌의 신경계가 발생학적으로 같기에 어릴 때 많이 만져줘야 인지능력과 소통 능력이 좋아진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연구가 캥거루 케어이다.

신생아를 부모의 맨가슴에 직접 안기는 피부 접촉 방법은 정서조절 인지능력, 호기심 등을 증진시킨다.

유아기의 다양한 피부 접촉은 언어발달과 스트레스 대처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어릴 때 많이 만져줘야 머리도 좋아진다고 한다.

할로의 원숭이 실험도 터치를 통한 접촉 위안과 안전 기지를 잘 보여준다.

터치와 눈맞춤 눈맞춤은 아기가 경험하는 최초의 상호작용이다.

자아가 생기기 전에 먼저 상호작용을 경험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상호작용-내면화 원리(inter-inner principle)라고 한다.

개체 간 경험이 내면화된 결과가 자이다.

상호주관성에서 주관성이 형성된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미숙한 개체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기가 서로 마주 보는 눈맞춤의 상황은 둘 중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라,

두 사람 모두의 것이다. 상호주관적 우리로부터 독립된 개체인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다.

최초의 상호 주관적 경험이 있기에 타인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인간 문명의 기초가 바로 이 발달 초기의 상호주관적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장류에서 눈맞춤은 위협의 신호일 뿐이다.

인간만이 의사소통적인 눈맞춤을 할 수 있다.

다른 야생동물과 달리 개는 인간과 눈맞춤을 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눈을 더 크게 어려 보이게 해서 인간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개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하고 인간과 눈을 맞출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을 자기 가축화라고 한다.

인간의 의도적인 선택이나 개입 없이 야생동물이 자연스럽게 가축화되는 진화적 가정을 의미한다.

늑대들 중에서 순하고 착한 종들이 스스로 인간 주변에 머물면서 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강아지의 귀여운 외모와 눈맞춤 같은 친화력에서 알 수 있듯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인간의 눈맞춤은 질적으로 다르다.

유난히 크고 흰 공막은 인간의 눈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부위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공막을 숨기기 때문에 눈동자와 구별이 어렵다.

시선의 방향을 다른 동물들이 예측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반면 인간은 시선의 방향을 분명하게 노출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이것이 치명적인 약점이 되지만,

인간에게는 복잡한 사회적 소통을 발달시키고 지구의 정복자가 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에디톨로지의 저자답게 말하지 않고 말하기를 방대한 자료와 사례들을 통해

조목조목 알려줘서 소통의 심리학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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