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0주 이야기 - 생명의 잉태와 탄생에 이르는 81가지 신비로움
안나 블릭스 지음, 황덕령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진화 생물학과 동물행동학을 연구한 저자는 첫 임신을 겪으며
인간의 40 주가 지구의 수많은 번식 전략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질문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
출산의 고통 속에서도 음핵이 너무 좁아 첫 출산 때 새끼의 60%가 죽는 점박이하이에나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하다니 정말 과학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갈은 뼛속에 새끼를 품고 등이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되어 단단한 외골격 아래
새끼들을 가득 채운 채 살아간다. 참솜깃오리처럼 둥지에 가만히 누워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문어처럼 알을 지키느라 굶어 죽기 직전까지 버티지도 않고
무엇보다 어떤 거미들처럼 자신의 새끼들에게 잡아먹히지도 않으니 다행이라며 감사하는 것은
과학자 엄마가 아니며 생각하기 힘든 일인 것 같다.
인간의 잉태와 탄생까지의 일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지라 다른 생명의 잉태와 탄생에 관해서는
정말 무지한데, 과학자 엄마답게 자신이 낳은 작고 주름진 생명체를 미치도록 사랑하게 되는
신비로운 40주 이야기라서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 중에서 생리를 하는 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매달 자궁내막을 출혈과 함께 흘려보내는 일은 엄청난 자원낭비처럼 보이고,
생존에 직접적인 이점을 주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인간이 왜 생리를 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중 몇 가지 가설 중의 하나는 생리가 임신 가능성에 대비해
자궁을 준비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노동, 기아, 전염병, 이미 태어난 다른 아이들의 존재는
자궁을 가진 이들에게 끊임없는 부담이 되어 왔다.
배아는 가능한 크고 강하게 자라려 하고 받을 수 있는 것을 전부 받으려 하지만
몸은 그 작은 수정란이 원하는 모든 것을 내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제기된 가설이 모체-태아 갈등 이론이다.
태아는 모체로부터 더 많은 영양분을 얻기 위해 자궁 내로 깊이 파고들고
나선형 동맥을 조절하도록 발달한다. 동시에 모체의 유전자는 태아가 가져갈 수 있는
자원의 양을 제한해 자신과 앞으로 태어날지 모를 또 다른 자손에게
최적의 수준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생리를 하지 않는 종의 태아가
자궁내막에서 약간의 영양을 얻는 정도라면 인간의 태아는 진화 과정에서
더 많은 영양을 얻기 위해 점점 더 자궁 깊숙이, 영양이 풍부한 혈액 쪽으로 침투했고,
이에 맞서 엄마들은 점점 더 두꺼운 자궁내막으로 대응해 온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정되지 않았거나 수정되었더라도 충분히 강하지 않아
방어 체계를 뚫지 못하는 배아는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고 결국 생리로 배출되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왜 자궁이 난자가 오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자궁은 수정란이 생존 가능한지 점검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한참 세포 분열을 하며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작은 세포 덩어리가
정말로 9개월 뒤 자궁이라는 안전한 벽 너머에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수정란이 자궁내막 깊숙이 파고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면
그 배아는 자궁 밖에서도 생존 가능한 아기로 자라날 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임신 중 약 1/5은 자연유산으로 끝난단다.
수정된 난자 중 최대 50%가 생존 가능한 태아로 발전하지 못한다.
많은 경우 여성들은 자신이 임신했는지도 모른 채 유산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저 평범한 생리라고 느낀 출혈이 실제로는 아주 초기에 자연 유산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자궁내막은 몸이 생존 가능성이 없는 배아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일종의 안전장치이다.
인구의 1~2%는 XY 염색체와 남성 생식기관을 함께 갖고 있지 않고
XX 염색체와 여성 생식기관을 함께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염색체와 생식기관은 일치하지만 출생 시 생식기관 모양을 기준으로 부여된
성별과 자신의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 성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연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서로 완전히 분리된 두 개의 상자를 만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작은 생식세포와 큰 생식세포가 개체의 번식적 투자 방향,
즉 자손을 돌볼 것인지, 아니면 정자를 퍼뜨리기 위해 경쟁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전통적인 이해가 균열을 드러내고 있듯이 우리가 생물학적인 성을 이해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흔들리고 있다. 진화는 본질적으로 다양성을 의미하며,
종 사이에서도, 종내에서도 변이는 끊임없이 존재한다.
성별과 종의 형태에 대해 몇 가지 기본적인 틀이 있지만
그 기본 형태는 끊임없이 깨어지고 변형되고 그것이 진화임을 기억한다면
성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 엄마의 40주간의 모체의 변화 그리고 아기의 변화, 그리고
다른 생명체들의 기상천외한 탄생 이야기까지 같이 생명의 탄생에 대한 81가지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되어 너무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40주 이야기 #임신 #생명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