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과학적 사고의 본질을 최초의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를 통해 알 수 있는 책이라 흥미로웠다.
인류의 사상가 중에서 크게 과소평가되어 있는 아낙시만드로스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어 유익했다. 저자는 과학사에서 아낙시만드로스에 버금가는 사고 혁명으로
1543년에 발표된 코페르니쿠스의 논문이 불러온 혁명을 꼽았다.
아낙시만드로스가 위에 하늘이 있고 아래에 지구가 있는 우주 대신 주변이 하늘로 둘러싸인 채
허공에 떠 있는 지구라는 우주를 제시했다면, 코페르니쿠스는 허공에 떠 있는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서 태양의 주변을 도는 궤도로 옮겨놓았다.
둘 다 엄청난 과학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알렉산드리아와 아랍의 천문학자들이
집대성한 기술과 학문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립했던 반면,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가 최초로 던진 질문과 부정확한 추측에 그가 직접 관찰한 내용을 덧입혔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이런 빈약한 바탕으로 과학사에서 최초이자 가장 뛰어난 혁명,
지구가 허공에 떠 있다는 발견이 이루어진 것이다.
피타고라스 학파가 피타고라스를, 맹자가 공자를, 바울이 예수를 절대적으로 따르고
가치관이 다른 이들을 무조건 배격하던 당시 풍토에서 아낙시만드로스는 제3의 길을 열었다.
그가 탈레스를 존경하고 그의 지적 성취에 크게 기대고 있었음에도, 서슴없이
탈레스의 오류를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제3의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선대의 지식을 습득한 다음 그들이 저지른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해 세상에 관한
이해를 증진하는 과정을 현대 과학도 그대로 따른다.
중국 문명이 수 세기 동안 서양보다 여러 면에서 우월했지만 서구의 과학 혁명과 같은 일이
중국에서 일어나지 않은 까닭이 중국 문화에서 스승의 가르침은 비판이나 의문의 대상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말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 철학은 질문과 답이 아니라 확립된 지식을 심화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했다.
그토록 찬란했던 중국 문명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인식조차 탄생하지 못한 채
예수회 선교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이유가
아낙시만드로스와 같은 사람이 존재했어도 중국 문화에서는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참수당했을 것이라는 말이 씁쓸하였다.
과학과 민주주의는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열매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동등한 사람들끼리 비판하고 대화하는 일이 가능하고 또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낙시만드로스가 스승인 탈레스를 비판한 행동은 당시 밀레토스의 아고라에서
흔히 행해지던 관행을 지식 탐구 분야에서 실천한 것일 뿐이었다.
당시 아고라에서는 신이나 왕의 명이라고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거침없이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었다.
신이나 왕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좋은 의견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신념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로운 정치사회 구조와 과학적 사고의 탄생이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유로운 비판과 질문은 취약한 가설을 제거하고 최고의 개념을 선별할 수 있게 한다.
과학의 본질은 세상을 항상 새로운 방법으로 바라보려는 열정이다
과학의 강점은 결론이 지닌 확실성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무지한 존재인지를
철저히 깨닫는 데서 찾을 수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무지를 깨달음으로써 기존의 지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재식을 끊임없이 배울 수 있다.
과학적 지식은 우리의 세계관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개선하고, 그 바탕이 되는 가정과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더 나은 개선책을 찾는 과정이다.
우리는 과학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고 재구성한다.
과학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새로운 사고의 틀을 탐구하는 끝없는 과정인 과학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어 좋았다.
#과학하는인간의태도 #아낙시만드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