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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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깊이 탐구한 일본 문학의 독보적인 거장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어두운 면을 마주하게 되지만,

슬픔에 침잠하거나 비극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돋보기 역할을 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각자의 삶에서 고독을 직면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그의 작품이 개인적으로는 어렵게 다가오는 면이 있었는데,

여러 작품의 중요한 문장을 곱씹어 보고 해석해 주니까 좋았다.

보이지 않는 파열을 통해 자기 인식의 기회를 주는 그의 작품에는

병든 마음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마음이 부끄러운 것도, 고쳐야 할 대상도 아니며,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수용하는 일이 가장 진실한 존재 방식임을 보여준 것이다.

침대 밖으로 나온 여학생이 거울 앞에 앉아 흐릿하게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안경을 쓰면 세상이 너무 날카롭고 투명하게 다가와 자신의 모습조차 실망스럽게 보이는 반면

안경을 벗고 흐릿하게 사물을 인지하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녹초가 되어 깨어난 아침의 자신이 가장 추하다며,

아침이 왠지 삭막하고 슬프게 느껴지는 여학생의 마음이 뭔지 알 것만 같았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과

지금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 따뜻했던 집 안의 분위기와 아버지의 자상한 목소리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쓸쓸해지는 여학생은

정말 아침에 일어나 안경을 쓰기 싫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손님들 앞에서 지나치게 웃으며 대접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안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어머니의 모습임을 이해하기에 깊은 연민을 느끼는

여학생이 화려하지만 속인 빈 '로코코 요리'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한 의도를

손님들과 어머니가 알아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여학생이 주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철학적 성찰로 가득해서

<여학생>을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비용의 아내>의 비용은 방탕한 범죄자이면서도 인간의 죄와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한

15세기 프랑스 시인 프랑수아 비용을 가리킨다. 다자이가 비용을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고,

그가 그려낸 주인공은 그를 끝까지 이해하려 한 세상의 마지막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다자이의 마지막 연인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동거하던 시기에 발표된 작품으로

도미에는 현실 속 비용의 아내로 불리며, 다자이의 자살 동반자이기도 하다.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인간이었던 다자이가 소설 속에서는

"인간답지 못하면 어때. 우리,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며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삶을 포기했지만 누구보다도 살고 싶다는 욕망에 충실했고,

문장을 남기는 일이 버텨내기였던 사람이라,

다자이의 문장은 우리에게 불완전한 삶에서도 의미를 포기하지 말라고,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회복하라고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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