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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채우는 마음 필사 - 손끝으로 새기는 옛 시의 아름다운 문장들
나태주 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보다 쓰기의 힘을 믿는 한국 시 100선 필사집이다.
오래된 시를 낭송하는 것도 좋지만, 눈으로 읽고 손으로 옮기며
마음으로 되새기는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다정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음 수양으로 필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시를 필사하는 건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
타인의 언어를 따라 쓰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침묵을 다시 배우며,
한 글자, 한 줄로 나를 단단히 묶고 다시 세상과 이어주는 시간이라는 추천의 글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사랑에 관한 시를 필사하다 보니,
잊고 살았던 사랑의 감정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나는 어떤 사랑을 하는 사람인가 곰곰이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마야의 진달래꽃이 한때 노래방 18번 곡이어서 그런지
전문을 외우는 몇 안 되는 시 중에 하나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다.
요즘은 안전 이별하는 법을 검색하는 사람도 많다 보니,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고, 가시는 걸음걸음 사뿐히 즈려밟고 가도록
꽃을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며,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는 이별을 선택하려면
어떤 사랑을 했던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도 사랑과 이별은 여전히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언제부턴가 하늘을 자주 보게 되었다.
어릴 때는 달을 그렇게 자주 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변하는 달의 모습을 보며 참 이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김소월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를 필사하며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운 줄도,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는 고백에
예전에 미처 모르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용운의 '고적한 밤'을 필사하며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라는 물음에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오래된 시가 오늘의 위로가 되기도 하고, 시를 필사하는 손끝에서
마음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학창 시절, 시 주제를 외우고 분석하며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들을
필사하며 다시 접하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시를 필사하니,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과 또 다른
묵직한 고요함이 깊게 자리잡아서 좋았다.
#쓰면서채우는마음필사 #한국시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