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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
권영희 지음, 최유정 그림 / 너의행성 / 2023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극내향성을 가진 아이를 보면 너무 소심하고 말도 없고 부끄러워하고 겁이 너무 많아 보인다.
극외향성을 가진 사람이 보면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작은 아이가 마음 속에 있으며 관계를 맺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작은 아이가 작은 눈을 깜빡거리며 조그맣고 웅크리고는 늘 누군가를 기다렸다.
웅크리고 앉아 아있는 작은 아이를 보고 누렁개 한 마리가
"설마 날 기다린 거니?" 라며 물었지만, 작은 아이는 아무 말도 못했다.
친절하고 착한 강아지였지만 작은 아이에게는
커다란 개의 모습에 선뜻 다가가기가 무서웠을 것이다.
쪼로롱쪼로롱 지나가던 방울새 한 마리가 "내가 보고 싶었던 거니?" 라고 알은 체를 하자,
작은 아이는 들릴락말락 "글쎄에..." 라고 답했다.
혼자 웅크리고 있던 작은 아이에게 숲속 작은 친구들이 친절히 먼저 말을 걸어오자,
작은 아이의 경계심이 많이 풀린 듯 했다.
시간이 흘러 사부작사부작 밤 마실 나온 산고양이가 "누가 오는 거니?" 라고 묻자
작은 아이는 "그랬으면 좋게..." 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처음엔 강아지에게 답조차 하지 못했지만, 작은 아이의 마음에도
분명 숲 속 친구들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을 것이다.

늘 누군가를 기다리던 작은 아이에게 뽀시락뽀시락 빵조각을 옮기던 한 마리
작은 개미가 "나를 기다렸구나." 라고 하자
작은 아이는 "너여서 좋아." 라며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작은 아이는 한 마리 작은 개미와 또르르 이슬방울이 가득 고인 콩잎 위로 올라가고,
호박잎 수영장에서 풍덩 헤엄도 치며 놀았다.
해님이 발갛게 물들 때까지 한 마리 작은 개미와 놀면서
달콤한 사루비아 꿀물도 호르륵 나눠먹고 새콤시큼한 산앵두 한 알도 꼴깍 같이 먹으며
작은 개미와 함께 하였다. 작은 개미 한 마리와 함께 시간을 보낸 작은 아니는
예전 작은 아이가 아닌 조금 작은 아이로 자라났다.
한 마리의 작은 개미 덕분에 조금 작은 아이로 성장한 아이에게
가끔씩 누렁개 한 마리와 방울새 한 마리, 산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오기 시작했고,
꼬물꼬물 기어가던 조금 작은 지렁이 한 마리가 "나랑 놀고 싶은 거니?" 라고 묻자
"기다리고 있었어."라며 조금 작게 말했다.
조금 작은 아이는 조금 작은 지렁이와 함께 조금 작은 딸기밭으로 가서 놀며
조금 작은 아이의 세상은 조금 더 넓어지고, 무채색에서 조금 더 유채색 빛깔로 변해갔다.
빨갛게 익은 달콤한 딸기 위로 방울방울 놀고 있는 조금 작은 무당벌레에게
조금 작은 아이는 "너 참 곱구나." 라며 다가갔고,
조금 작은 아이는 조금 작은 지렁이와 조금 작은 무당벌레가 옆에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조금 작은 아이 옆에 조금 작은 지렁이 뒤에 조금 작은 무당벌레 위에 서 있는 한 아이를 보고
조금 작은 아이는 선뜻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 "너도 무당벌레 좋아하니?" 묻고
둘은 친구가 되어 하나도 외롭지 않게 되었다.
이제 조금 작은 아이는 조금 작지 않게 되어 어깨도 쫙 펴고, 고개도 번쩍 들고 힘차게 뛰어다녔다.
조그맣고 웅크리고 앉아만 있던 작은 아이가 먼저 손을 내밀게 된 것은
숲 속 친구들이 천천히 조금씩 다가와 손을 내어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안에 있는 모든 작은 아이에게 괜찮다고,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나는데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며,
모두의 관심으로 자란 아이는자신이 받았던 관심을 돌려줄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됨을
보여주는 따뜻한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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