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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식물하러 갑니다 - 덕질과 직업 사이, 가드너 탐구 생활 ㅣ 백백 시리즈
손연주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쩌다 보니 덕업 일치를 이룬 국립수목원의 프로 N잡러의 삶이 담긴 책이라
꿈이 많아 갈팡질팡하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진로, 직업 탐구서의 역할을 했다.
식물을 좋아하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알바의 세계가 이토록 다양하다니 놀라웠다.
내가 대학생 시절에도 이런 알바가 있었을까, 정보력이 너무 부족했던 건 아닌가,
도전 의식이 너무 없이 안일하게 지냈던 것은 아닌가,
그 시절 이런 알바들을 알았더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한가득할 정도로
야무진 청춘을 살아낸 저자가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 때 종자 은행에서 건강한 씨앗을 골라내는 정선 작업을 했는데
녹도, 상추 씨앗을 정선하며 세상에 이렇게 많은 품종이 있다는 것도,
씨앗 입고, 보관, 증식, 관리하는 과정도 배웠단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페루, 에콰도르에서
세 달씩 머물러 농업 인턴으로 일하며 한국 작물이 현지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
연구하는 시험을 도우며 그 나라의 잡초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쓰다니,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인 것 같아 부러웠다.
인턴이 끝난 뒤 두 달 동안 갈라파고스 제도의 희귀 동식물부터 페루의 마추픽추까지
남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했다니 찾고자 하면 요즘 대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기회가 제공되는 것 같아, 기회가 많을 때 도전하면 정말 견문이 넓어질 것 같다.
추운 겨울은 식물에게 시련처럼 느껴지는데, 알뿌리 식물의 경우는
이듬해에 꽃을 피우려면 추위를 어느 정도 견뎌내야 한다고 한다.
따뜻한 곳에서만 자라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하니,
너무 안락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긴장감이 있을 때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법이니,
추위를 견뎌 낸 수선화처럼 가드너로서 잘 적응하겠다고 다짐했다니
식물들에게는 역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여름철 정말 징글징글한 잡초의 생명력을 통감하며 며칠 다른 일 좀 하고
돌아보면 주인 없는 정원처럼 변해버리는 모습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잡초도 알고 보면 저마다 이름이 있는 멋진 식물임을 알고 있기에
잡초 뽑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니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남다른 것 같다.
촉촉한 낙엽을 밟을 때는 저주파 소리를 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바짝 마른 낙엽은 중고주파 소리를 내서 일정한 간격으로 들으면 정신이 맑아진다.
그래서 낙엽을 걷어 내는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힐링이 된다니,
후다닥 지나가는 가을날에 낙엽을 한 번 밟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