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인데,
역시 시인의 감성은 다르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셈하지 않고,
거절 못해서 쩔쩔매며 후회하는 일이 쌓이다 보면 속상할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켜내야만 한다는 것을 되새기게 되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스스로를 지키는 일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을 것,
어제보다 더 나은 나로 더 강해질 것을 다짐해 보았다.

소낙비가 후드득 쏟아지던 밤, 이불을 뒤집어쓴 채 100에서 1까지 거꾸로 세는
어린아이는 비가 무섭게도 내리는데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식구들이 너무 낯설고,
혼자라고 느꼈다. 너무나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식구들을 보며
앞으로도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거라는 생각에 오싹해지던 그 밤을
잊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나 소중하고 가까운 가족이 채워주지 못하는
외로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넘쳐흐르다와 흘러넘치다는 같은 뜻의 단어가 그 아이에게는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여졌는데, 시인의 감성이 아니라 온전히 공감되지는 않았지만
살포시 알 것만 같았다. 넘치는 게 먼저냐, 흐르는 게 먼저냐에 따라 감정의 종착지가
달라지는 데 곁에 있어도 그 차이를 눈치채지 못해 홀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감정이 어디에 도달할지 예상할 수 있었지만, 넘쳐흐를 때에는 감정의 향방을
도무지 가늠할 수 수없어 언제 넘칠지 알지 못했다는 말이 묘하게 공감되었다.
밤마실을 하며 "달뜬 상태는 다른 어떤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꿈꿀 때 그런 것처럼. 시간이 흐르는 속도와 내가 상상하고 욕망하는 속도가 다른 거지."
라며 달뜬 눈으로 자꾸만 하늘을 우러러보는 시인의 감성에 함께 달뜬 상태가 되기도 하고
밤만 되면 차오르는 감정에 온전히 집중해 보기도 하며
천천히 읽고 시인의 마음을 따라 필사하니 감성이 충만해졌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이 지나고 한때는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었던
연인을 만났지만 스쳐지나며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순간을 맞이했을 때의
그 미묘한 심정이 시인 특유의 문장에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성냥개비가 성냥갑 측면을 스치면 불꽃이 피어나듯
불꽃이 일었던 적도 있었으나, 성냥개비가 이유 없이 툭 부러지는 밤을 맞이하며
스웨터의 올이 풀리듯 연인은 멀어져 갔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살기 위해서는 춘몽이든 악몽이든 꿈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인의 말이 문득 떠오르는 밤이 올 것만 같은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차오르기 시작하는 필사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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