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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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과 거센 눈발이 휘날리는 한겨울,

전혀 다른 분위기의 교토에서 고시엔으로 대표되는 여름 야구와

주로 겨울에 개최되는 역전 마라톤 이야기...

청춘들의 성장 드라마이자 꽃피우지 못하고 영원히 청춘으로 남은 이들을 애도하는

조금은 기묘한 청춘 판타지여서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특히나 가슴 한구석이 찡해졌다.

처음엔 청춘 시절 같은 예기에서 격려 받은 이들이 각자 팀을 결성하고

매년 예기의 이름으로 '다마히데'배 야구 대회를 개최하고,

우승자는 볼에 다마히데 마마의 뽀뽀를 받을 수 있는 대회에 동원되는

대학원생들이라니 이 무슨 해괴망칙한 교수의 갑질이요, 시대착오적인 일인가 싶었다.

졸업을 미끼로 학생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상한 야구 대회를

그것도 오봉 전에 참가하게 하는 교수라니 우리나라라면 벌써 갑질 신고를 당하고도

남았을 것 같은 상황이 황당스러웠다.

40년 동안 이어져 온 그들만의 연례행사라니 일본의 독특한 게이샤 문화에서 비롯된

전통 비슷하게 전수되는 건가? 교토라서 가능한 건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기야 일본인조차 할머니가 된 예기의 뽀뽀를 받기 위해 노인들의 하찮은 경쟁에 말려들어

젊은이들이 아침 6시부터 고쇼G에 끌려가 대리전쟁 아닌 대리 야구에 열을 올리는

쓸데없고 무익한 극한의 민폐라고 여겼으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다마히데배에 참가하는 6팀의 대표들이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때로는 친구,

때로는 경쟁자라는 다양한 형태로 절차탁마하며 나름대로 각자의 번영을 일구어온

끈끈한 관계라니 참 이상한 문화이고 이상한 야구 대회라서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지도 교수가 늘 어떻게든 9명이 모여져서 대회가 이어질 것을 확신하는

이상한 대회가 40년의 전통을 가지고 이어져 온 것도 참 신기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휴대폰도 없는 젊은이들이 등장한 이유가

입학하고 겨우 한 달 만에 학생에서 군인이 되고 그리고 겨우 다섯 달 후에 전사했기 때문이었다니...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젊은이들이 그저 야구를 하고 싶었을 뿐이어서

이 이상한 대회가 늘 정원 미달로 미개최되는 일이 40년간 없었다니 애잔했다.

현재의 모든 학부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이름을, 학도병 징집 자료에서 발견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야구 대회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그럴 수 있겠다,

그렇게라도 못 누린 젊음의 순간을, 그 여름을 잠시나마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전쟁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오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며

"일본이 전쟁 중에 수많은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해

스스로 전쟁 미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던 것이 떠오르며

일본인들도 특히 학도병들도 희생자였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찡해졌다.

여름의 살인적인 무더위와 겨울의 무자비한 추위를 번갈아 경험하면서

대장장이가 쇠를 새빨개질 때까지 달구고 그걸 다시 찬물에 담금질하듯,

좋든 싫든 기묘한 절삭력을 가진 인간도로 단련되어 가는

교토의 젊은이들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져서

처음엔 공감이 전혀 되지 않던 이야기가 기묘한 청춘 판타지로 잘 전해졌다.

#8월의고쇼그라운드 #키메마나부 #나오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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