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 -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에 남은 보통 사람들의 독립운동
이동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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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독립운동가 40인의

작지만 결연한 독립운동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관순의 사진의 출처는 일제 시기에 제작된 6000여 장의 카드 뭉치이다.

수형자, 수배자, 감시 대상자의 정보가 인물 사진과 함께 담긴 한 뺨 크기의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는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와 저자로 하여금

이름 없는 영웅들의 독립운동을 추정해 보게 한 것 같다.

6264장에서 여러 장 제작된 인물들도 있어 인물 수는 4837명으로 집계되는데

단순범 18명을 제외한 모두가 독립운동 관련자이다. 그중에서

판결문이나 수사기록, 신문 기사 등의 자료 여부를 살펴

인물과 관계된 사건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되 되도록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조선총독부의 손길이 직접 미치는 국내에서 발생한 독립운동과 관계있는 인물을

40명 엄선해서 연도마다 최소 1명 이상씩 배치하여 독립운동의 연속성이 보일 수 있게

집필한 책이다. 제 몸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평범한 사람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어떻게 독립운동으로 분노를 표출했는지를 보여주며

작지만 결연한 독립운동의 모습을 알려주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재미있게 봤는데, 의병들의 빛바랜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를 펼쳐낸 작가의 상상력과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 했을 의병들의 삶에

가슴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오버랩되며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농민 이시종이 지하신문을 들고 독립을 외치다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살았던 걸로 보아

대한 제국을 둘러싼 국제 사건과 조약,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 과정 등의 사실을 논거로 들어

우리의 외침이 얼마나 정당한지 강조한 신문이 지식인의 산물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시골일지라도 사람들이 그냥 몰려다니며 만세를 불렀던 게 아니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국제 상황을 인식하고 만세 시위를 벌였던 것 같다.

공주 보통학교 6학년생이던 이도원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 관련

일본사를 읽고 분을 차미 못해 일본 제국 천황과 황후의 사진이 있는 페이지를

붉은색 연필로 원래 뭐가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벅벅 색칠했다.

어린 학생이 화난 마음에 사진에 색연필 칠한 것을 불경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하는 세상이니, 기록되지 않은 억울하고 분한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가늠할 수가 없었다.

,

1940년 3월 기준, 경성에 거주하는 조선인 관료의 평균 월급이 60원 정도로 연봉이 약 720원이었으니

공장 노동자 정재철의 월급은 그에 한참 못 미쳤을 것이다. 그런 정재철이 독립자금을 꼬박꼬박

윤석균에게 건넸는데, 자신의 연봉과도 맞먹는 총 520원이었다.

윤석균이 사기꾼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조선의 독립을 갈구했을 뿐인데

사기꾼에게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정재철 말고도 피해자는 더 있었는데 단순 사기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고

돈을 넘긴 사유가 매우 불순하다며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이 언도되었다.

주부 현금렬은 조선의 일이 아니고 보람 없는 일본의 일이니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불평하며

게다 신고 근로보국에 나섰다 옥고를 치렀다.

식료 잡화상점 점원으로 취직한 17세 이삼철은 일제 정규 교육 과정을 밟지 못해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아

주문 접수하면서 일본어와 조선어를 혼용해서 사용해 불온한 언동이라 질책당하자

조선인이 조선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찌 나쁜가 대꾸해 보안법 위반이 선고되었다.

조선인이 조선말하는 것조차 불온하고 위법인 시대에 분노하고 소리 낸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 덕분에 자유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게 되는 책이었다.


#광복80주년기념 #무명독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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