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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ㅣ 올리 그림책 57
현단 지음 / 올리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도대체 어딜 가는지 알려주지 않는 엄마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뽀료퉁한 아이의 세상은 흑백으로 가득했는데,
어디선가 오색찬란한 비눗방울이 날아오면서 톡 터진다.
"와아악~도망쳐" 행복한 비명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사람들은
마치 인도의 홀리축제와 태국의 송크란 축제의 콜라보 속에 있는 듯 하다.
불행을 씻고 축복을 기원하는 물의 축제처럼 한결 기분이 좋아진 모자가
달콤한 냄새를 따라 이끌려간 곳은 청이네 과일 가게~
과일 가게 앞의 큰 선풍기 앞에서 시원하게 수박을 먹고,
맴 맴 맴~ 등에 매미를 붙이고 엄마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뽀료통했던 아이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어디를 가는지는 몰라도 엄마랑 함께 여기저기 거닐다보니
단조로웠던 흑백 세상이 하나 둘 찬란한 색으로 채워지며 풍성해진다.
데굴데굴 데루루루~ 넘어져도 엄마와 아이는 웃느라 아픈 줄도 모르고
여기저기 축제 현장을 누빈다.
이벤트 존 룰렛 돌리기에서 댄스에 걸린 엄마와 아이는
지나가는 사람의 시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벤트 풍선 인형과 쌍둥이가 된 듯 신나게 춤을 추고,
신명난 엄마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건 오히려 아이이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열심히 춤추고 돌아다니다 보니
열기도 식혀주고 당도 보충해 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진다.
더운 여름날 열기를 식혀줄 아이스크림 콘에서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홀라당 떨어뜨린 아이가 속상해서 마구 울어대자,
"우아아아~이빨 지인짜 많다아~"
고 놀리는 엄마라니... 엄마와 아이는 친구처럼 알콩달콩 티격태격하며
놀이동산인지 축제의 현장인지 모를 재미난 곳을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노곤해진 몸을 엄마 등에 기대어 잠깐 잠이 들었다 깨보니,
엄마가 가던 길을 멈추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와 여기저기 다닌 것만큼 하늘이 알록달록 반짝이는
정말 멋진 하루를 엄마는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여기저기 평소보다 많이 돌아다닌 하루는 고단하지만
다채로워서 노을이 더 풍성하고 강렬하게 느껴져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하염없이 쳐다보게 된다.
여기저기 목적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예측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일상의 장면을 선물하기도 하니까
지치고 따분한 일상에서 다시 기운을 내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가느냐는 아이의 물음에 엄마가 답하지 않고
집을 나섰을 때의 심정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중한 아이와 손 잡고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집으로 돌아올 때는 마음이 풍만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현단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