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서점에 간지 참 오래 되었는데, 서점에 가도 시집 코너는 잘 들여다 보지 않았다.
나태주 시인의 딸이자 서울대 강의 평가 1위 교수로 잘 알려진 나민애 교수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자리잡은 유능한 책보다 이슈도 일으키지 못하고
먼지를 쓰고 천천히 늙어가는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한다.
어려서 아버지가 읽던 책들이 그랬고, 아버지가 쓴 책들이 그랬기 때문에
가까운 친척을 만난 듯 정중해진다고 한다.
책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 사람 중에도, 식물 가운데에도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부류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분명히 세상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외향적인 인싸들이 인간 관계도 넓고, 넓은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데
그러하지 못해 점점 나의 세상이 협소해지고, 내가 쪼그라드는 건 아닌지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나민애 교수님이 엄선한 시를 음미하며
교수님이 해석해주는 시평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끈해졌다.
교수님이 발굴한 소중하고 작은 것은 시였다. 없는 것 같지만 있는 것,
안 중요한 것 같지만 중요한 것, 이것이 시의 영원한 주제라며
흔히다흔한 것을 귀하게 보는 시인의 마음,
작은 존재가 지닌 놀라운 우주를 담아내는 것,
작다고 해서 누구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하지만 잊고 살기 쉬운
삶의 정수를 넌즈시 알려주는 것, 인생의 모든 순간을 담아내는 시 한 조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정작 제대로 해내는 일은 없는데 바쁘다며
인생의 중요한 한 순간을 놓치고 살고 있는 나에게
단 한 줄만 마음에 새겨도 흩어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을 거라며
알려줘서 좋았다. 근현대 시 77편 중에 절반 이상은 처음 접하는 시인 것 보면
시집을 정말 멀리하긴 했구나 싶었다.

오은 시인의 <그곳>은 처음 본 시인데, 가벼우면서도 무거워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위트만 있으면 너무 가벼워 훅 날아가 버리고, 너무 무거우면 마음이 부담스러운데
부담 없이 계속 생각나면서 거울, 형광등, 두루마리 화장지, 수도꼭지, 치약, 변기를
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시의 힘이 대단한 것이 늘 일상에서 매일 매일
접하는 별 것 없던 사물이 이 시를 알고 나니 달리 보이니 시를 많이 알수록
세상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한 순간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게 되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작은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랑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쓸쓸하고 외로월 때,
나에게 말을 건네고 싶을 때 나민애 교수가 엄선한 인생시를 필사하고,
필사 노트를 다시 읽어보면 마음이 평안해져서 잠시 멈춤의 시간을 지속할 수 있어 좋았다.
독자들이 왜 시 큐레이션을 요청했는지 납득이 되는 시 필사 노트였다.
#나민애 #시필사노트 #단한줄만내마음에새긴다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