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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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감각적 글쓰기가 물씬 풍겨오는 책이었다.

영국 출장을 가서 공항 근처에서 잠만 자고, 런던에 런자도 구경도 못 하고

영국인들의 최애 휴양지라는 콘월 지방으로 이동했지만

휴양과는 전혀 다른 일정만 소화해 내느라 정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영화 속 장면 같았던 콘월 지방의 풍광에 왜 최애 휴양지라 일컫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던 콘월의 세인트아이브스가 버지니아 울프가

기억하는 첫 번째 기억이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릴 적 첫 번째 기억이 아름다운 곳에서의

엄마와의 추억이라면 멋질 것 같다.

너무나 평화로웠던 세인트아이브스가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미화되어 더 아름답고도 희미한 듯하면서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분이

묘하게 좋을 것 같다.

세인트아이브스에서 보낸 여름이 상상으로만 가능한

인생의 가장 좋은 시작이 되었다는 걸 보면,

유년 시절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처럼 감성적인 사람이 느꼈을 전쟁의 공포가

그녀의 일기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녀의 책을 접할 때마다 전쟁이 없었더라면 그녀의 마지막은

달랐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전쟁이 다시 금방이라도 닥칠 것처럼 보이는 유럽의 상황 속에서도

더 튼튼해진 장미 꽃봉오리들을 따며 정원에서 그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마음이 아려왔다.

종이와 설탕과 버터를 인색하게 굴 정도로 아끼고,

자잘한 비축품인 성냥을 구입하고, 쓰러진 느릅나무를 톱질하며

겨울을 버텨내기를 몇 해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정원에는 꽃이 피고, 정원이 노란색과 빨간색 꽃으로 물들어 가도

폭탄이 떨어지고, 공습경보가 해제되고, 또다시 사이렌이 울리고,

또 공습경보가 울리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무시무시하다.

꽃들과 심지어 땅에 있는 조약돌마저 독자적인 삶과 고유한 운명이 있고

그것들이 어린 시절 잣니의 친구였던 감성의 소유자가

전쟁을 온몸으로 견뎌내기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숲을 거닐면 무척 온화하고 기분이 좋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숲이 우리가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지만,

자신을 넘어 먼 곳을 가리키지는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자신과 주변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어 마음이 평안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모두의행복 #버지니아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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