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을 위한 산책 - 헤르만 헤세가 걷고 보고 사랑했던 세계의 조각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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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헤르만 헤세에게 젊은 날의 여행은 인간 본질에 대한 탐색이자 자신을 마주하는 여정이었다.

노년에 이르러 모든 방랑과 여행이 사실은 현실 도피,

그가 발 딛고 있는 시대, 기술과 돈, 전쟁과 탐욕이 지배하는 세계로부터의 도피였다고 고백했다.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정 자체를 살아가며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우연한 만남과

찰나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던 헤세와 함께 걸으며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방랑자의 마음을 전하는 책이었다.

헤세에게 나무는 늘 가장 인상적인 설교자였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나무가 무리와 가족처럼 모여 살아가는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나무의 나이테와 옹이 속에는 모든 투쟁과 고통, 질병, 행복과 번영이 충실히 기록되어 있다.

가장 단단하고 고귀한 목재는 가장 좁은 나이테를 가지고 있다.

우리보다 더 긴 삶을 보낸 나무가 들려주는 고요한 생명의 교훈에 귀 기울이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젊은 시절 갔었던 장소를 나이가 들어 다시 가게 되면 감회가 새롭다.

헤세는 어디를 가든 모든 곳에서 과거와 자신의 얼굴과 본질이 자신을 바라본다고 했다.

과거에도 같은 풍경을 보았던 자신의 모습을, 서른이 되기도 전에 배낭을 메고

즐겁게 무더위 속에서도 수 km를 걸었던 자신과 마주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해가는 내 모습을 새삼스럽게 떠올리며 기억과 망각을 함께 발견하게 된다.

잊힌 것과 버려진 것들, 기억에 남은 것들과 마주하는 순간

잊을 수 있다는 것이 충분한 위안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모든 노인은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과거를 찾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형태의 과거를 재발견하는 방식으로 수십년 후에

예전에 더 젊고 다른 모습으로 알고 사랑했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미 지나간 모든 것들을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플 때도 있다.

헤세는 특히나 평화로운 세계가 붕괴되고 전쟁을 겪은 세대라

자신이 살던 아름답고 유희적이던 세계가 공포의 장소로 변하는

전쟁의 잔혹함을 경험했기에 그 시대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다.

자신의 시대와 갈등을 겪는 사람은 시대로부터 도피하거나 투쟁한다.

삶의 야만성과 빈곤함에 대한 마음의 저항을 여행을 통해 흘러가게 한

헤세의 여행, 방랑을 위한 산책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헤르만헤세 #방랑을위한산책 #헤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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