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누는 시간 12초 오줌 누는 시간 21초 - 내 몸을 살리는 평활근 생물학
김홍표 지음 / 지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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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건강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하루도 쉼 없이, 묵묵히 일하는 평활근에 얽힌 이야기와

그동안 잘못 알아왔던 연구들에 대한 최신 생물학 이야기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당연한 생리 현상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제대로 숨 쉬고 잘 먹고 똥 오줌을 제대로 싸는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위대하고 대단한 일인지를 새삼 인지하며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는 재미있는 명강의였다.


서른 즈음이 서글퍼지는 이유는 근육의 소실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근육 줄기세포 수의 감소,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단백질 품질 저하 및 회전율 감소, 호르몬의 조절 기능 약화 등으로 인해

근감소증이 진행된다. 60세가 넘은 사람들의 25%, 80세가 넘은 사람들의 절반은

젊었을 때보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가진다.

다행히 육체적 활동이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하게 만들고 단백질 회전율을 높여

근육의 기능에 참여하는 신호 전달 물질의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노화를 막거나 역전시킬 수도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자세한 근육 수축 기전의 내막을 속속들이 모르지만, 근육 피로의 원인을 짐작할 수는 있는데

한동안 근육과 혈관에 축적된 젖산이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젖산과 같은 약산은 생리적으로 중성인 환경에서는 해리되지 않아

양성자를 내놓지 않아 젖산 자체가 근육 환경을 산성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대신 최근에는 ATP가 분해되는 동안 양성자가 축적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피로한 근육에 ATP 농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와 ATP는 피로 후보 물질에서 일단 제외되었지만

피로를 해소하다 보니 그 양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

인산이 해리되고 근육의 산성도가 올라갔다면 ATP  대사율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인산크레아틴도 이 순환에 관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운동하는 동안 생기는 열로 인해 근육으로 가야 할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

근육의 성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생리학자들도 있다.

각본이 복잡해졌지만 어쨌든 근육 피로이 원인 물질이 더 이상 젖산은 아니다.

과거엔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연로로 쓰다 보면

젖산이 생기고 근육이 산성화되면서 피로해진다는 믿음이 팽배했지만 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젖산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많은 증거들이 제시되었다.


멍게에 플라스마로겐이라는 지방산 계열의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뇌의 인지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라던지,

지방산과 아미노산을 만들 때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복제하고 수선하는 데

쓰리고 축삭을 피막처럼 둘러싸는 미엘린 절연체를 만들어야 하는 신경세포 또한

비타민 B12 의존도가 높은데, 비타민 B12는 동물성 음식물에서만 충족된다.

곰팡이나 식물은 B12가 없으므로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비타민 B12는 반드시 따로 챙겨 먹어야 한다는 등 소소하지만 중요한 

건강 지식을 넓힐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3kg이 넘는 동물의 배뇨 시간은 체중이나 방광의 크기와 무관하게

약 21초에 수렴한다는 오줌의 물리학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귀여운 외모뿐만 아니라 정육면체 똥을 누는 걸로도 유명한 웜뱃을

그저 귀여워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똥을 누는지 실험하고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참 기상천외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았다. 별걸 다 연구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됨이 고맙기도 하고 

참 세상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다양한 생활사가 

그 누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구나를

새삼 깨달으며 생명의 신비로움에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읽게 되는 책이라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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