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동하는 작가 중 약 380권 정도 가장 많은 책을 펴냈고,
연 300회 이상 가장 많은 강연을 다니고 있고,
아동 및 청소년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25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후보로 오른 고정욱 작가님께서
꿈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건네는 5 가지 단어라 지치고 힘들 때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 나.
상처를 치유하는 단어, 사랑.
인생의 변환점이 되는 단어, 책.
변화를 이끌어 내는 단어, 용기.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단어, 소명.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했으나, 예전에는 불량 백신도 많았던지라
소아마비로 인해 중증 장애를 갖게 된 작가님은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싶었지만,
목발을 짚는 한 계속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좌절하고 한탄스러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작가님은 덕분에 상처보다 회복에 집중하는 버릇을 길렀다.
상처를 받고 아물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회복에 집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왜 하필 내가 다쳤는지 고민해도 다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왜 하필 나만 상처 입었을까?' 자책하지 말고
'나나 되니까 이 정도만 다쳤지.'라고 위안하는 것이
삶의 고통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된다.
작가님은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해서 또래들이 뛰어놀 시간에 주로 책을 읽었고,
자연스럽게 책에서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흡수하고 따라 하면서 성장했다고 한다.
혼자 걷는 길은 편안하지만 살다 보면 어려움이 닥치고,
그때는 손을 내밀어 잡아 줄 사람이 필요하다.
친구와 나누는 대화는 마음의 짐을 덜어 주고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준다.
관계 속에서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해 나가기도 한다.
리얼리즘 작가님에게 요즘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콘텐츠 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초능력을 지닌 아이가 학교폭력을 타파하는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을 때,
솔직히 이런 것까지 쓰면서 작가 생활을 이어가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꼭 봐야 한다고 추천받은 웹툰과 드라마를 보며 끝없는 회의에 빠졌지만
"하던 것을, 잘 하던 것을 버리고 시장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뒤늦게 시작한 반도체 사업에서 선두 주자가 된 최태원 SK 회장의 말에
요즘 독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써보기로 도전했고 <버그 소년 우안태>가 나왔다.
<까칠한 재석이>시리즈를 썼던 작가님의 작품 세계가 크게 변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존의 스타일이 아니라 다른 작품 세계를 넓혀간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나는 기계치에 아날로그 감성을 더 선호한다며
시도조차 하지 않고 무관심했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스스로 남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계단, 휠체어가 넘기 힘든 문턱, 장애인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화장실 문,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통로 등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춰 놓은 차별이
나중에야 눈에 띄는 건 장애인이 돼 보지 않으면 직접 느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님께서 사회를 바꾸려고 시위도 하고 권익을 위해 글도 쓰며 활동했지만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편견이 자리한 세상에서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의
인식을 바꾸면 어린이들이 주역이 될 세상은 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어린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자라나게 할지는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 삶이 힘들고 어렵고 실패했을지라도 내 아이의 삶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보듬어야 한다.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어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기 위해서 장애인을 위해 실천할 일을 생각해 내기보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편이 좋다. 이때 장애인이 퉁명스럽게 반응해도
속상해하지 말고, 소통하는 것에 서툴러서 그런 것이니 한 번 거절당한 경험으로
도움의 손길을 멈추지 않고 용기를 내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면 된다.
작가님은 길을 가다 넘어지고 계단 앞에서 망설이는 일이 잦았지만 먼저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일으켜 세워주고,
계단을 오를 수 있게 업어 주곤 했기 때문이다.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힘과 마음을
기꺼이 나누어 준 그들의 선한 마음과 먼저 내민 손길이 큰 은혜로 남았다고 한다.
누군가 보여준 따뜻한 헌신은 오래도록 남아 그 사람 역시 누군가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게 만든다. 좋은 관계는 그런 작은 선의의 연결에서 자라남을
작가님의 삶을 통해 증명하고 계신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고 지쳤다면, 어릴 적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떠올려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고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