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쿠사마 야요이, 왜 호박을 자꾸 만드는 거야? ㅣ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땡땡이 할머니는 왜 자꾸 호박을 만드는 걸까?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어린이책 작가인 저자가
두 자녀에게 현대 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려고 기획한 그림책이라,
다소 난해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좋았다.
환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보는 것도 어렵다는
쿠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땡땡이 호박을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스케치북을 늘 가지고 다녔던 그녀는
전통 일본화를 공부했지만, 그 누구와도 다른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갔다. 시장에서 버려지는 생선 대가리와 양배춧잎을 주워다
국을 끓여 먹으며 끼니를 때우던 가난한 예술가는
미국 최고의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에게 조언을 청하는 편지를 썼고,
조지아 오키프가 소개한 예술품 판매업자가 그녀의 작품을 구매하고,
뉴욕에서 연 첫 개인전이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예술가로 급부상하게 된다.
작고 복잡한 점으로 가득한 '무한 그물'은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데, 큰 캔버스에 끝없는 그물망을 이루는 점들로 가득 채우다
캔버스를 벗어나 드레스와 벽까지 이어지게 된다.
방의 거울 벽, 천장, 바닥에 끝없이 반사되는 '무한 거울의 방'을 보면 그 강렬함에 빠져들게 된다.
사람들의 몸에 밝은 물방울을 그린 행위 예술 이벤트 '해프닝'을 통해
베트남 전쟁에 항의하며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경계를 허무는 작가로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현대 예술가로 손꼽히며
유명 패션 브랜드들과 콜라보하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왜 그토록 점에 집착하는지 궁금했는데, 그녀가 점 그리기를 무한 반복하는 것은
평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에 생긴 정신 질환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반대한 어머니에게 들키기 전에 재빨리 그려 완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원이었는데, 점을 채워나가며 그 점이 이끄는 세상을 만든 것이다.
쿠사마 야오이의 "나의 인생은 수천 개의 다른 점들 속에서 길을 잃은 하나의 점이다.
나는 세상 속 또 다른 점일 뿐이다" 라는 말을 듣고 나니,
사진찍기 좋아하는 MZ 취향 저격의 <무한 거울의 방> 으로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쿠사마 야요이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보니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무수한 점들의 향연에 대해 담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쿠사마야요이 #무한거울의방 #땡땡이할머니 #무한읭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