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엄마는 드라마에 빠져 있고, 누나는 공부에 빠져 있고, 

아빠는 술에 빠져 있는 시간이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소년의 말에 씨익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방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게임을 하는 행복한 시간인 것 같으면서도 언제 누가 끼어들어

불행한 시간으로 바꿀지 모르기 때문이라는데, 고2 누나가 집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말에 대한민국 수험생 눈치를 보고 사는 현실이 떠올라

씁쓸했다. 학원이나 과외 대신 공짜거나 값싼 인터넷 강의만으로

전교에서 최상위권에 드는 효녀인 누나에 비해,

학원과 학습지까지 하고도 공부를 못하는 자신이 불효자라고 생각하다니

성적 지상주의인 아이들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엄마는 아빠는 돈 벌어 오니까 참고, 누나는 공부 잘하니까 참아 주고,

자신은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어 참는 법이 없이

아빠와 누나에게 참은 것까지 합쳐서 자신에게 분풀이를 한다고 느끼는

소년의 마음에 우리나라 가정의 모습이 보여 서글펐다.

아빠는 온몸이 가려운 피부 건조증, 엄마는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구강 건조증,

누나는 공부를 많이 해서 안구 건조증에 걸렸다.

한 가족인데 자신만 괜찮으니, 자신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취급을 받으니

억울해서 무슨 건조증이라도 걸리고 싶어 하는 소년의 모습이 웃펐다.

유치원부터 단짝이었던 아윤이의 마음을 건우가 몰라주자,

아윤이가 넌 마음이 너무 메말랐다고, 마음이 건조하다고 하니

자신도 다른 가족처럼 건조증에 걸렸다고, 마음 건조증에 걸렸다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다니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모습이 짠했다.


자신이 짝사랑하는 영민이의 학습지 선생님이 자신의 엄마인 걸 알게 된 소녀는

영민이 자신의 엄마를 존경한다는 사실에 몰란다.

자신의 엄마는 잔소리에 걸핏하면 다른 애들과 비교하며 기를 죽이는데,

영민이가 알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영민이는 자기 학습지 선생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진짜 성공이라 했다며, 선생님이 멋있다고 한다.

선생님 딸이 코미디언이 될 거라고 맨날 집에서 연습하는 걸 봐서

웃기는 개구도 많이 알아 재밌게 가르쳐 주신다는 말에 황당했다.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자신에게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엄마의 실체를 까발려 

망신을 줄까 고민하는데, 영민이가 선생님 딸이 청개구리과라서 

무슨 말을 하면 반대로 하기 때문에 딸한테는 

절대로 코미디언 하라는 말을 안 한다고 했다니, 엄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결심하게 된다.

<닮음꼴 모녀>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달리 투닥투닥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사료를 드립니다>는 작가가 친구에게서 반려견 카페에서 입양하는 사람에게

사료를 대 줄 테니 개를 계속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무료 분양 글에 관해 

들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적은 글이라니, 역시 작가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우가 장군이가 자신의 집에서 좋은 사료와 영양제를 먹고 식구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 때보다 고생은 하지만 불쌍하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자 

가슴이 아프지만 장군이와 헤어지는 것을 선택하는 장면은 눈물이 났다.

자기는 장군이를 자신과 가족이 돌봐 줘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해서

장군이에게 주려고만 했지 나누려고 한 적은 없었는데,

장군이와 두 아이가 서로 나누고 지켜주고 돌봐주며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되었음을 보고 두 아이들에게서 장군이를 앗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기특함과 아이들에게 보호자가 된 장군이의 늠름한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건조주의보  #이금이동화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