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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상 수집 에세이, 개정증보판
하람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상 수집 에세이답게
읽는 내내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후회없이 맘껏 누리며 살아야지 결심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기가 힘들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나고 속상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야말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덮개가 예뻐 애지중지하다 색이 바랜 노트를 보며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물건은 스스로 늙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는 에피소드에 격하게 공감이 되었다.
나또한 아끼느라 쓰지 않았던 만년필의 잉크가 말라버린 경험이 있었으니 말이다.
소중히 아끼는 틈에 오히려 쓸모를 잃은 물건들을 경험하면서
아끼지 않는 게 아끼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저자의 말에
아껴놓고 잊고 있었던 물건들을 정리하니 한 보따리가 나와서 반성했다.
버리는 연습은 곧 소중한 것을 남기는 연습이건만, 실천하기가 참 어렵다.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 무위의 즐거움)는 안위로,
이탈리아인들의 생활신조다. 달콤한 게으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
영영 마음을 뉘는 법을 잊게 될지 모르는데, 온전한 쉼은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더 근사하다는 말에 완벽히 게으른 하루를 보내고 싶어졌다.
어릴 적에 비해 사람들과의 크고 작은 이별이 많아지는데,
서로의 마음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이별이기를 바란다는 말이 와닿았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우울할 때 사람들과의 기쁜 만남이 가득한 공항을 떠올리며,
떠나는 이와 돌아온 이가 어깨를 스치며 자리를 바꾸는 애틋하고 정다운 풍경에
풍요로운 해방감을 느끼는 것.
외유내강형 존재들을 사랑하지만 예외적으로 바게트는
강인한 외모 안에 감춰진 여린 속내가 예쁘니 더 사랑스럽게 느끼는 것.
하늘과 바다의 색, 높고 깊은 파란색을 닮고 싶어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
Nepal을 Never Ending Peace And Love라고 부르는 것.
생겨나는 추억보다 되새기는 추억의 개수가 더 많아져도
좋은 시절을 함께했다는 사실은 언제까지나 변함이 없으면 추억은 그대로라는 것.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되지 않으니,
무리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날 때는 반드시 멈출 것.
단순하지만 멋스러운 위로의 음식을 먹고 힘을 낼 것 등
공감되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온기가 생겼다.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뭔가에 몰두해 있는 사람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움직이며 살아 있을 뿐. 그건 행복보다 기분 좋은 상태다." 라고 했다.
일상 수집 에세이에서 본 수많은 일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연습을 해서,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해
행복보다 더 기분 좋은 상태로 생활해야지라고 결심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