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타임캡슐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박현강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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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 꼭 만나자며 졸업식 때 타임캡슐을 묻는 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1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전하는 한 통의 편지는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어릴 적 일기장을 펼쳐보고 내가 이런 생각을 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땐 그랬었지 하고 추억에 잠기기도 하는데

지금 현재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10년 전의 내가 나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생각보다 클 것 같다.


주식회사 타임캡슐의 임무는 10년 전 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특별 배달 곤란자 대책실, 줄여서 특배에서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편지를 전달할 수 없는 사람을 찾아내서 

직접 편지를 전해주는 일을 한다.


현재의 자신을, 자신의 미래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어

자꾸만만 현실을 피해 살아가다가 

한 통의 편지로 인생을 리셋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약간 회의적이었는데 히데오와 가이토가 특배 업무를 하며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처지와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인생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은 찾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니,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하고 싶은 일과 꿈이 생길 테니

일단 최선을 다해 살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긍정적인 상상은 희망, 부정적인 상상은 불안이 된다.

희망이나 불안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불안만을 사실처럼 착각하면 두려움 속에 갇혀 살게 된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오늘 하루를 정성껏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

숨을 크게 내쉬며 살아 숨 쉬는 한, 이 세상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하루가 아직 남아 있음을 인식하면 불안함과 두려움을 잊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잡념을 떨쳐버릴 수 있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다.


히데오가 자신보다 어리지만 신비로운 청년 가이토를 보며

무산한 친절과 포용력을 가진 사람은 그 누구보다 더 상처받고 아픈 사람이란

생각을 하는 대목에서, 끝없는 고독과 슬픔, 고난을 겪은 만큼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속이 깊은 사람이 되기도 하는데,

경험해 온 고독과 고난의 정도가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릇이 너무나 다른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무한한 온정과 강단, 배려 가득한 성품을 가진 멋진 어른으로 

나이 들지 못하고, 정말 폐쇄적이고 불친절한 어른이 된 건 아닌지 말이다.


세상의 비난에 움츠러들고 숨고 싶어지는 건 사람이니 당연하지만,

맞바람이 거세면 거셀수록 날개를 한껏 드넓게 펼쳐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의 바람을 놓치지 않고, 

이 세상에 왔을 때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떠나자는 신념으로 살아간다면

오늘 해야 할 일을 분명 찾을 수 있고, 괜찮은 하루를 만들어 갈 것이다.


흔히들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과거도 바뀐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좋은 일이 있으면 과거도 바뀐다. 

과거 또한 내 기억 속에서 재편집되어 만들어지는 거니까 말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열중했던 아버지가

자신은 가족을 위해 인생을 바쳤는데 가족들이 받아주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는데,

사실은 자신이 멋대로 그렇게 하면 가족들이 행복할 거라는 착각에 빠져

허세나 부리며 살았음을 뉘우치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소설을 읽으며 예전에는 10년 후의 나에게 말을 건네곤 했는데,

그러지 않은지가 꽤 되었음을 깨달으며 10년 후의 나에게 타임캡슐을 남기게 되었다.

#주식회사타임캡슐   #타임캡슐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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