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 무료하여 터벅터벅 걷고 있을 때, 어디가에서
"어서 와! 이건 재미가 필요한 사람만 찾아낼 수 있는 자판기야.
지금 삶이 재미없는 너! 원하는 소원이 있으면 우리가 꼭 이뤄 줄게!"
라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마치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장난기'가
소원을 이루어준단다. 천 원을 넣고 장난기의 버튼만 누르면
소원을 이루어줄 물건을 가질 수 있다니 그 유혹을 떨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소원을 들어줄 물건과 사용 설명서가 나오면,
사용 설명서를 잘 읽고 사용하면 되는 게 사용 설명서도 엄청 심플하다.
뭐 복잡한 약관 이런 것도 없이 단순한 사용 설명서는
인간의 큰 욕망에 의해 잊거나 지키지 못할 조항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어떤 대가가 치러지나 조마조마해서
뒷이야기를 기대하며 읽게 되었다.
건강식을 고수하는 엄마의 요리가 영 입맛에 맞지 않았던 다영이가
장난기에서 소금 맷돌을 받고 어떤 음식이든 맛있어지는 행복에 도취되는 것이 영 불안했다.
열심히 맷돌을 돌린 만큼 얼굴이 점점 붓기 시작한 걸 인지하면서도
지금까지 싱겁게 먹으면서 살아왔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얼굴이 보랏빛으로 팅팅 부어도 조금만 뿌리자 하면서도
또 맷돌을 돌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인간의 욕망은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짜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는 사용설명서를 인식하며
맷돌을 돌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욕망에 사로잡힌 다영은 딱 한 바퀴만 더를 외치다 그만...
지금 삶이 너무 심심해서 장난기를 통해 원하는 소원을 이루고 나서
만족하고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절제할 줄 아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큰일인지를 알려주는 교훈 같은 이야기였다.
장난기에서 온갖 학용품이 나오는 화수분 상자를 받은 다혜가
물건을 너무 많이 꺼내면 가장 소중한 물건 하나만 남고 사라져 버리니
조심하라는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고 낭비하다 큰 일날 뻔한 이야기까지
욕망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화수분 상자가 주어지면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고
화수분 상자를 절제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어느 골목에서 장난기를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며
아직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의 모습을 새삼 발견하게 되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