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점심시간 다봄 어린이 문학 쏙 5
렉스 오글 지음, 정영임 옮김 / 다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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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 가난이 뼛속 깊이 부끄럽고, 가난으로 인해 너무나 외로웠던 시절,

자신의 가족이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을 친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는 중학생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친구들이 자기 부모님이 생활복지비를 받고, 푸드 스탬프로

식재료를 사고, 공공임대주택에서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학교를 다니는 것도 힘든데 최저 생계비 이하로 가난하게 살면서 부모에게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당한다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가장 숨기고 싶은 비밀, 가난하다는 사실을 들키면 어쩌나 불안했던 십대를 경험한

작가는 어른이 되고서야 가난을 부끄러워한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자신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미국 어린이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가난한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자신이 경험한 가난보다 훨씬 더 심각한 가난을 겪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을 말이다.

가난하게 사는 와중 자신은 혼자이고 쓸모없고 창피하다는 생각들이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처한 환경이 자기 잘못이 아님을

아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쓴 책이다. 


자신의 실제 경험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가난한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에게 정신을 잃을 것 같이

끔찍하게 말도 안 되게 인생이 힘들기도 하지만,

인생은 아름답고 경이롭고 기쁜 일로 가득할 수도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시간은 지나가고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니

강하게 버텨내라고 희망을 품으라고 말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하였건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지원되는 프로그램이

도움 받는 아이의 입장에서 전혀 배려없이 시행된 정책들이 많다.

무료쿠폰을 내미는 것도 다른 친구와 다른 방법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함이

절망스러울텐데 매번 말하고 장부에 자기 이름을 확인해야 한다니 

정말 점심시간이 불편할 것만 같다.

엄마와 새아빠에게 맞아서 시퍼렇게 멍든 눈을 하고 학교에 와서

점심을 공짜로 달라고 구걸하는 게 친구들에게 까발려져 

급식 식당에 혼자 앉아 밥을 먹어야 한다면 정말 분노와 짜증이 뒤범벅될 것 같다.

배가 꼬이는 것 같이 아픈 게 화가 나서 그런 건지, 슬퍼서인지 아니면

그냥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 알 수 없다는 데 너무 안스러웠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료라는

사람들의 말은 다 틀렸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무료가 아니라고

반박하는 아이의 말에 감히 토를 달기가 미안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려면 돈이 든다. 

자신의 엄마가 보통의 엄마들처럼 자기를 사랑해 줄 수 없는 이유는

일거리가 없어 돈이 없어 장 볼 돈이나 전기료를 낼 돈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일자리를 구하면 훨씬 다정해지고 자신을 사랑해 준다.

먹을거리를 살 수 있고 월세나 자질구레한 요금을 제때 낼 수 있는 엄마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걸 잊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이 무료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아이,

이 세상에 공짜는 하나도 없으며,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어떠한 비용을 치르기 마련임을, 특히 가난한 사람은 모든 상황에서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치르게 됨을 너무 어릴 때부터 알게 된 아이가,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가,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자기 엄마니까

마음껏 엄마를 싫어할 수 없는 아이가 엄마와 싸우는 걸 그만두고

엄마를 도우려고 애써야 함을 알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불편한점심시간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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