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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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위스의 예술가 파울 클레는 자신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기차, 보트, 자동차 등을 이용해 개인적인 성장과 발견의 여행인

빌둥슈라이제(Bildungsreise)를 시작했고 그의 예술세계는 획기적으로 변했다.

클레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에게 여행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기폭제가 되었다.

낯선 사람들과 문화, 새로운 풍경에 직면하면 새로운 창작욕이 샘 솟고,

여행 자체가 예술적으로 다른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화가들은 캔버스에 담을 새로운 소재를 찾아 헤매거나

작업의 대가를 받거나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다.

귀족의 후원이나 기관의 지원을 위한 예술적 모험의 기록을 비롯해

다채로운 시대, 다양한 배경의 예술가들이 찾았던 장소와 여행을 담은 책이라

각 나라를 여행하기 전 이 도시에 어떤 예술가의 발자취가 남아있었나

알고 가면 여행이 더 풍부해질 것 같은 특별한 여행가이드북 같아 신선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가 살인 후 도망다닌 일화는 유명하다.

다혈질이었던 카라바조가 평소에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칼을 뽑는 경향이 있었다는 설도 있고,

미리 약속된 결투였지만 당시 로마 교황령 내에서 결투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였기에 더 이상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테니스 경기에서 패배 후 분노했다고

꾸며낸 이야기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살인죄를 저질러서 도망간 건 확실하나데,

운 좋게도 영향력 있는 추종자들의 도움으로 은신처를 마련했고

교황에게 청원하면 결국 사면을 허락 받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 해나갔다. 구약성서의 작은 살인자 다윗과 희생자인 골리앗의 머리를

그린 그림은 사실상 자신의 사면을 요청하는 암호화된 탄원서였다.

카라바조의 기대와 달리 로마에서 불리한 여론이 높아지자

교황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더 먼 곳으로 도피했다.

도주 중인 살인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나폴리의 여러 궁전 중에 머물며

주문받은 작품 활동을 할 만큼, 카라바조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이어졌다니

능력과 도덕성은 별개로 분리하여 생각하는 서구적 방식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암살자에게 돈을 주고 로마의 라이벌을 제거했다는 새로운 살인 혐의 추가로

나폴리에서 몰타로 도피하게 되는데, 예술가로 봉사하는 대가로

순종 기사 계급을 획득하여 교황청의 사법 처리 대상에서 면제될 수 있었다니

수단이 좋은 것인지, 실력이 너무 대단한 것인지 참 신기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권력자들과의 갈등으로 투옥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여 또 다른 도시를 떠돌다

서른여덟살에 말라리아로 악명 높은 항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열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했다. 끊임없이 처형의 위협을 받으며 도망자 신분이었음에도

걸작을 계속 만들어나갔던 카라바조의 삶은 다시 봐도 참 미스테리했다.

폴 세잔은 생애 마지막 몇 년을 파리와 프로방스를 왕복하는 여정을 계속 했는데,

파리와 마르세유 사이를 운행하는 고속 열차 덕분이었다.

예전에는 육지나 해안을 빙 돌아가야 해서 엄청 고된 여정이었는데,

단 20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어 평소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마여

집착과 병적인 두려움에 시달리던 세잔이

거의 즉흥적으로 어디로든 떠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철도의 급속한 발전과 확장이 세잔의 예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니 신기했다.

프로방스에 가면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삶을 선택했던 세잔의 명작 안에

담긴 풍경과 건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7살 때 나폴레옹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던 자만심 가득한 예술가는

스스로를 고대와 현대를 막론한 모든 악덕으로부터 예술을 구하는 구세주

엘 살바도르라 선포하며, 살바도르 달리 자체로서 충분하다고 느꼈고

뉴욕으로 가서 재정적 성공을 경험한다.

40년 가까이 뉴욕에서 겨울을 보내며 세인트 레지스 호텔의 개인 스위트에

머물었는데 달리 자신이 로비 문을 열고 들어서며

"달리가 .... 여기 있다!"라고 스스로 외쳤다니 작품만 초현실주의가 아니라

일상이 기이한 것 같다. 미국에서의 인기를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섹스와 죽음에 대한 그의 집착, 시계라는 소재가 열쇠라고 답했다.

미국 영화를 보면 영웅들이 가장 가학적인 방식으로 구타당하며

진정한 피의 난교를 목격하는 장면이 항상 있고

미국인들은 끊임ㅇ벗이 시계를 확인하고

언제나 끔찍할 정도로 서두는 그들의 시계는

끔찍하게 뻣뻣하고 거칠고 기계적이어서

흘러내리는 시계를 그려 성공을 거두었다니

예술가의 정신 세계는 참 오묘한 것 같다.

이 외에도 장 미셸 바스키아, 메리 카사트, 마르셀 뒤샹, 알브레히트 뒤러,

헬렌 프랭켄탈러, 카스파르 데이비드 프리드리히, 데이비드 호크니,

가쓰시카 호쿠사이, 토베 얀손,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바실리 칸딘스키, 알렉산더 케이링스, 파울 클레,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 앙리 마티스, 클로드 모네,

베르트 모리조, 에드바르드 뭉크, 이사무 노구치, 마리안 노스,

조지아 오키프, 파블로 피카소, 존 싱어 사전트, 호아킨 소욜라 이 바스티다,

J.M.W. 터너,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와 그들의 여정과 삶을 축약해서 보니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한 기분이 들었다.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간접 경험을 했으니,

직접 여정을 떠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예술가의 여정이었다.



#예술 #예술가의삶 #예술가의발자취 #예술가의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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