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이탈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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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손바닥만 한 60여 쪽의 얇디 얇은 단편소설이 이렇게 강렬하게충격을 주다니 신선한 경험이었다.
2015년 단편소설로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라서
필력이 남다른 것 같다.

누군가의 거짓된 '말' 한 마디에 근거 없는 이야기가 부풀려져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학교라는 축소된 사회 속에서 바라보니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연예인 아빠를 닮아 꽃미남인 정국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기 때부터 방송 출연을 했는지라
자신의 얼굴이 공공재라도 되는 줄 알고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그래서 콰지모도만큼이나 기괴하고 괴팍한 표정을 연습해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세상 착한 천사 코스프레를 즐기는
엄마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게 하는 걸 즐겼다.
고등학교 입학 후 서너 달에 한 번씩 사고를 치는 정국과
퇴학 대신 돈의 힘으로 전학 처리를 받아내는 정국의 부모,
그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정국이 왜 사고를 치는지 그 맘을 제대로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담임에게 욕하고 주먹을 휘둘러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인
학교로 전학 온 정국은 또 사고를 치는데 문신사건은 경악 그 자체였다.
문신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며 거짓말을 시부렁거리며
지랄을 떠는 같은 반 아이의 꼴이 보기 싫어
문방구에서 파는 잉크를 사다 직접 '짜져새꺄'라는 문신을
새기는 청소년이라니 너무 무서웠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자신의 고뇌와 외로움을 폭력만으로
표출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니 너무 슬펐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정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친구 가을이를 만나서 안식처가 생겼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날 가을이 방송반 퀸카인 다혜를 쫓아다니다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혜 앞에서
자기 얼굴을 난도질하는 자해를 한 것이다.
다혜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가을은 핏물이 배어나는 얼굴을 하늘색 모포로 덮은 채
들것에 실려나갔다. 게다가 누군가 학교폭력 신고함에
정국이가 시켜서 가을이 자해한 것이라는 투서를 넣어 모함을 했고
결국 정국은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무시무시한 문신 사건에도 돈의 힘으로 무마되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을이가 병원에서 송곳니로 동맥을 끊으려고 자살시도를 해서
정신 병원행이 예정된 데다
정국과 가을이의 추문 때문에 전학이 결정되었다.
둘이 게이라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며
아이들이 왜 어른들에게 위선자라고 하는지,
세상은 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않고
소문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짧지만 강력한 단편 성장소설이었다.

두 소년이 경로이탈을 하게 된 이유는 누구 때문일까
고민하며 나는 누군가를 제대로 바라봐 주는 사람인지
반성하게 되었다.
#소설 #단편소설 #성장소설 #경로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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