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 기후위기 시대 펜, 보그, 스웜프에서 찾는 조용한 희망
애니 프루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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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헨리 단편소설상, 내셔널 매거진상, 펜/포크너상, 전미도서상 등 유수한 상을 두루 수상하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은 애니 프루가 쓴

기후 위기 시대에 습지에서 희망을 찾는 논픽션 작품이다.

미국 문학계와 지성계의 대표 작가가 포착해 낸 문명화의 민낯이 적나라하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되어 개척, 개간, 개발의 이름으로 자행된

습지 파괴와 침탈의 수난사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습지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이다.

작가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함유한 토탄을 형성하는 특별한 습지 펜, 보그, 스웜프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습지의 생태학적 가치를 보여준다.

영구 동토층이라 불렀던 동토층이 부드러워지며 온실가스가 점점 빠져나와

위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이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이제는 동토층의 해동을 돌이킬 방법이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희망의 부스러기라고 찾아야만 하는데, 

오랫동안 쓸모없다고 여겼던 토탄 지대가 그 희망이다.

기후, 날씨, 계절, 지구의 움직임, 습한 환경과 건조한 환경은 모두 유동적이고

'기브앤드테이크'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예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식물원인 아마존처럼 광대하고 영구적인 생태계가 

불에 탈 수 있다는 생각을 그 누구도 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배운 씁쓸한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였으니 

우리의 선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펜, 보그, 스웜프, 강, 연못, 호수와 인간의 좌절감이 어디서나 끔찍하게 뒤섞여 있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습지가 많은 나라에서 습지가 점점 아무도 원하지 않는 

엄청난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이전 세대와는 다른 선택 말이다.


스웜프의 수호성인으로 불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깊은 관심을 갖고 스웜프의 심오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스웜프가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킴은 과학적으로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경지로의 개발, 퇴적 패턴, 비료가 섞인 빗물, 유출된 화학물질, 

증가하는 홍수와 가뭄, 화재,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습지가 계속 사라지고 있다.


새우를 많이 먹고 싶을 때마다 적당히 먹자, 동남아시아의 맹그로브 숲을 지키자라고

식욕을 잠재우곤 한다. 맹그로브 스웜프는 지상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계인데,

육지의 가장자리를 안정시키고 허리케인과 침식으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하는 벽을 형성한다.

물속 깊은 곳과 공중 높은 곳까지 뻗은 거대한 산울타리가 되는 블루카본을

기후학자들은 열대림보다 5배나 성능이 좋은 이산화탄소 흡수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형 새우 양식장, 부동산 가치가 큰 곳에서 맹그로브를 뿌리째  뽑아버리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다. 맹그로브 묘목 심기 운동도 하지만, 

완만한 경사지를 만들어 밀물과 썰물이 자연스럽게 드나들게 하고 기다리자,

밀물에 실려 온 맹그로브 씨앗에서 맹그로브들이 다시 자라남이 확인되었다.

보여주기식 해결책이 아니라 관찰과 연구, 계획과 참을성 있는 기다림만이

자연과의 협력에 성공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명 발달이라는 허울 아래 쓸모없는 땅이라 여기고 우리가 늘 파괴했던

습지가 얼마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습지에서지구의안부를묻다  #습지  #블루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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