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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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을 세계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로

뇌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이자,

75세의 나이에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건립하고

이후 세로토닌 문화원을 통해 국민들의 생활습관과 행복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90세에도 현역인 국민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가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자서전은 아니지만 본인의 인생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다 보니

자서전 비슷한 책이 되었다. 

얼마 전 읽은 109세 찰리 의사 선생님의 삶이 미국 근현대사를 포괄하고 있어

정말 역사의 산증인이자 오랜 인생의 지혜는 다르구나 싶었는데,

아직 100세는 아니시지만 109세 찰리의 한국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두 식구의 가장 노릇을 하느라 배고팠던 시절 이야기는 

정말 옛날 영화 속 장면 같았다.

대구 미 공군 기지에서 지나가는 장교를 붙잡고 영어로 부대에 심부름하는 아이가 있으면

장병들 사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부탁하여 하우스보이가 되었고,

휴지, 담배꽁초, 이쑤시개가 섞인 꿀꿀이죽으로 허기를 달래가 큰마음을 먹고 

미군 군목사를 찾아가 음식 찌꺼기를 한국 사람들이 먹으니 

깨끗하게 먹어달라 부탁하는 그 배짱과 용기란 참 대단했다.

지금도 성업 중인 부대찌개 가게 앞에 서면 그 시절 자신의 용기에 감탄이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를 팔아가며 공부하고, 식구들 걱정에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을 옮기며

미국 유학 길에 올라 예일대에서 신경정신과학 박사후 과정까지 밟으셨으니

그 시절 역사의 여러 페이지를 장식한 것이 거의 영화 스토리였다.

눈길 조심하라는 동생의 편지에 미국에는 눈이 조금만 와도 염화칼슘을 뿌려

길이 얼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장하자, 동생이 미국이 아무리 부자 나라여도

그 넓은 천지에 소금을 어떻게 다 뿌리느냐며 친구들이 거짓말쟁이로 놀린다고

증거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눈 치우며 염화칼슘 뿌리는 사진을 구해줬다니,

제설 작업을 꿈꾸지도 못한 시절 한국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눈이 오면 정형외과와 응급실이 바빠진다는 게 불과 수십 년 전이었다니  

6.25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이 대부분인 시대에, 잊혀진 시절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국가 존망이 걸린 비상사태인

초고령화 시대를 참 태평하게 맞이하고 있는 시점이 걱정이 되었다.

노인은 쇠약하고 소모적일 뿐 사회에 이바지하거나 공헌할 수 없어

누구도 섣불리 손대길 두려워하지만, 새롭고 거대한 의료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두 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박사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내 마음조차 완전히 알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건 당연하다.

남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같을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타인임을 인식하면 같이 잘 살아갈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면 조화롭게 살 수 있다. 

행복해지려면 고독을 잘 견디고 자기에게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에게 불만이 있으면 불평, 불만이 생겨 행복할 수가 없다.

90세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인생에서 실패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다.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 인생의 한 과정일 뿐, 잘 견디며 지나면 되니

실패라는 말을 너무 이르게 하지 말라는 박사님의 말씀이 힘이 되었다.

인생이라는 게 반드시 행복을 향해서만 달리는 게 아니라,

내리막도 있고 괴로움도 한 과정이니 파도타기 하듯 힘 빼고 살아가면 

다시 오르막도 나오고 기쁨과 행복도 맛볼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이시형의인생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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