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09세 찰리에게 배운 것들
데이비드 본 드렐리 지음, 김경영 옮김 / 동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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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듯이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축적된 소중한 경험과 지혜는 연륜으로 빛을 발한다.

그런데 1905년 8월 16일 남북전쟁의 잔상이 생생하게 남아 있던 시절 태어난 

찰리는 각종 IT 기술이 난무하는 스마트한 세상을 경험하기까지 무려 109세까지 살았다. 

마치 <프레스트 검프>처럼 역사의 소용돌이를 한 세기 동안 직접 경험했으니

그 삶에서 깨우친 지혜와 철학이 얼마나 가득하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네 자녀에게 전해줄 삶의 철학을 찾아 헤매던 저자 앞에

102세 노인 찰리가 나타났을 때 운명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출간 즉시 미국을 뒤흔든 세기의 인생 지침서로 등극하며, 

찰리의 옆집에서 살고 싶다며 독자들이 환호한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찰리가 의사라고 해서 그 시절 엘리트 지식인으로 멋지게 늙은 노신사인 줄 알았는데,

그는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성장하는 법을 잘 보여준 사람이었다.

광란의 20년대가 정점에 달했을 때 찰리는 매주 금요일, 토요일 밤마다

시카고 주변 연주 무대에서 색소폰을 불며 연주 중간중간 교과서를 펼쳐 놓고

공부하며 마침내 의사가 되기까지 그는 많은 경험을 했다.

여덟 살 아버지의 죽음 이후 슬픔을 극복하러 갔던 여름 캠프가 하필이면

소아 성애자의 여름 캠프였고, 거기서 나와 기차에서 쏜살같이 뛰어내려 집으로 걸어왔고,

열여섯 살 땐 바큇자국이 깊게 파인 도로를 운전해 나라의 반을 돌아 화물 열차를 옮겨 타고 

다녔으며, 라디오를 듣고 뮤지션이 되어 그 짧은 경력으로 대학 교육을 받고 

배를 타고 세계의 절반을 돌았고, 시카고 조직폭력배에게 자신의 피를 뽑아주며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하였다.

찰리에겐 비극과 상실, 가난과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꾸준함과 침착함, 회복탄력성으로

즐거운 순간을 누리고, 기회를 붙잡고 중요한 것을 지키는 재능이 있었다.

험담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열받은 딸이 분노할 때

열을 올리면 자기만 힘들어진다며 잊어버리라고

"나는 그런 사람들한테 쓸 시간이 없다."라고 담담히 조언하는 찰리는 

스토아 철학의 본질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스토아학파는 삶을 잘 살기 위해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할지만 결정하면

된다고 가르친다. 우리의 의도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살 수 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목사 아버지의 근면성과 검소함으로 

캔자스시티의 한 부촌 변두리에 3층짜리 아름다움 새집을 마련하며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비극적인 승강기 사고로

여덟 살에 아버지를 잃게 된 찰리는 운명을 마음대로 결정하거나

시간을 되돌릴 능력이 자신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에 대해 슬퍼하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들, 즉 행동, 감정, 세계관, 정신력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아주 행복했던 기억은 없어."라고 한 말은

불행한 기억을 곱씹지 않기로 결심한 그의 선택이었다.

일찍부터 스토아주의자로 살게 된 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결정, 운명,

모욕적인 행동에 휘둘리지 않았다.

여덟 살 꼬마가 그 힘든 일을 겪은 후 힘든 경험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역경을 딛고 진정한 자유를 맛보며 살기로 선택했다니 너무나 기특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하는 데는 어린 아들에게 필요했던 어머니이자 아버지가 

되고자 애썼던 어머니가 찰리의 하루하루가 특별한 날이 되길 기도하며

살았던 어머니가 존재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찰리의 어머니는 찰리를 믿었고, 찰리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올바른 길을 가

떳떳하게 살았다. 찰리의 어머니처럼 바른길로 인도해 주신 어머니에게

사랑하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게끔 만드는 책이었다.



#내가109세찰리에게배운것들  #스토아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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