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종교도 기업화되는 것 같아 씁쓸해질 때마다
무소유를 일깨워주셨던 맑고 향기로운 법정스님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 무소유의 삶이다.
평생의 인세 수입을 학비가 없어 고통받는 고학생들에게 다 나누어 주셔서
입적하기 전 제자들의 강권으로 병원에 입원하셨을 대 정작 밀린 병원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궁하셨을 만큼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셨다.
맑고 향기롭게의 근본도량인 길상사를 창건하시어 가난하고 힘든 이들의
의지처가 되게 하신 스님이 더 그리운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척박한가 보다.
스님은 소유하고 있는 것을 주는 행위인 베푼다는 말보다
잠시 맡아 지닌 것을 되돌려주는 행위인 나눈다는 말을 즐겨 쓰셨다.
베풂에 생색내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나눔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법정스님께서 자주 말씀하셨던 팔만대장경의 대의가 들어 있다는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구절을 보며 주체적으로 살되
당당하게, 자유롭게, 청정하게 살아라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보았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정스님께서 인도를 여행하시고 세 마리 원숭이 상을 선물로 주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