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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은 우주의 역사 - 빅뱅 이후 138억 년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김성훈 옮김 / 세종연구원 / 2023년 11월
평점 :

세계 최초로 '빅 히스토리' 박사학위를 받은 데이비드 베이가
한 권에 담아낸 생명, 우주 138억 년의 광대한 역사 이야기 아주 흥미진진했다.
빅뱅에서 생명체의 진화를 거쳐 오늘날의 인류까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역사적 변화를 300쪽 분량의 책에 담아낼 수 있을까
의아스러웠는데 전문가답게 엑기스만 뽑아서 담아내고 있어 놀라웠다.
빅뱅 이후 물질이 생겨나고 우리가 어떻게 기본적인 유기 화학물질에서
DNA와 RNA 같은 복잡한 구조물로 넘어갔는지는 공란으로 남아 있으나,
일단 그런 구조물들이 자리 잡자 화학반응은 한 번 일어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DNA의 자기 복제는 대부분 완벽하게 일어나지만 가끔 오류가 일어나
DNA의 지시를 살짝 바꿔놓는다. 10억 번 복사될 때마다 한 번쯤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는데
이때 기존과 약간 다른 생명체가 만들어진다. 단 한 번도 실패가 없었다면
생명은 38억 년 전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남았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의 문구가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단순하게 그지없는 존재로 시작한 생명이
무한한 형태의 가장 경이롭고 아름다운 존재로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p.82
빅뱅 이론도 경이롭지만, 생명의 진화는 들을 때마다 놀라운데
정말 이 우주에 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엄청난 기적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데본기에 육상 네 발 동물이 처음 등장하고,
식물들이 산소를 너무 많이 뿜어내 행성이 냉각 건조되면서 95~97%가 절멸하고
살아남은 3~5%가 현존하는 다양한 네 발 동물 종의 조상인 것만 봐도 엄청난 행운이다.
빅뱅 직후 등장한 불균질하게 분포된 작은 점과 같은 에너지 덩어리 하나,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태양계, 그 안에 자리 잡은 작은 바윗덩어리 하나에서
작은 에너지 점 하나가 점진적으로 강도가 높아지고 밀도가 점점 높아지다
주변에 있는 거대한 우주 속 그 무엇보다 복잡한 존재가 되어
에너지 효율이 더 높은 종을 키우기 위해 식물과 동물을 선별적으로 교배해
더 기름지고 영양가 높은 가축과 수확량이 높은 곡물을 만들어냈다.
종이 환경에 적응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자기에 맞게 변화시키는
새로운 방식 덕분에 인류는 증가할 수 있었고 집단학습에 양의 되먹임 효과를 일으켰다.
농업 국가가 잉태한 순간부터 노예 제도가 생겨났다는 것은
슬픈 역사였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아즈텍과 잉카, 중국, 한국, 인도
세계 곳곳에서 하나의 법칙처럼 노예 제도가 있었다니 끔찍했다.
식민지 시대가 끝난 오늘날에도 아프리카에, 인도, 파키스탄, 중국엔
여전히 노예가 존재해서 전 세계적으로 4700만 명이나 된다고 하니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락함과 편리함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대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하니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산업혁명은 세계를 현대 사회로 전환시킨 복잡성의 또 다른 놀라운 전환점인데,
인류세 기간에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그 어떤 단일종보다 급속하고 급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돌이켜보면서
우주의 최후가 내동결, 대파열, 대붕괴, 대구원 중 무엇이 되는데
우리가 기여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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