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파브르와 손녀 루시의 곤충기 8편은 매미 이야기이다.
여름의 끝을 알리며 맴맴~~장렬히 울다 죽음을 맞이하는
매미가 울 수 있게 되기 까지는 짧게는 4년, 길게는 17년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보낸다고 한다.
도시에서도 나무만 있으면 얼마든지 매미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친숙하면서도 생활사는 전혀 몰랐는데,
역시 친절한 파브르 할아버지 덕분에 매미의 한평생을 알게 되어 보람찼다.
어미 매미의 배끝에는 1cm 정도의 양쪽이 톱처럼 되어 있고
한가운데에 송곳 같은 것이 있는 산란관이 있다.
양쪽의 톱이 무척 단단하고 위아래로 엇갈리게 움직이도록 되어 있어
딱딱한 나무껍질을 슥슥 자를 수 있다고 하니 신기했다.
산란관으로 나뭇가지 속을 찌르고 들어가 0.5~1cm 정도의 깊이로
구멍을 파고 10개 정도의 알을 낳고,
1cm 정도 더 위로 올라가 또 방을 만들고 알을 낳기를 반복해서
300~400개의 알을 죽을 힘을 다해 낳는다.
하지만 그 많은 알 중에서 살아남는 건 겨우 몇 개뿐이다.
왜냐하면 40개 정도의 방을 만들어 방마다 열 개씩의 알을 낳지만
매미알좀벌이 졸졸졸 따라다니며 어미 매미가 만든 방마다
자기 알을 낳기 때문이다. 매미알좀벌은 어미 매미가 열심히 파놓은
방에 딱 한 개의 알을 낳지만, 그 알이 일찍 깨어나
매미 알들을 다 먹어치운다니 안타까웠다.
어미 매미는 그것도 모르고 알을 낳느라 기운이 다 빠져
땅에 떨어져 죽고 만다니 참으로 애석했다.
음흉한 매미알좀벌로부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매미는 전유충이 되고,
멋진 매미가 되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 길고 긴 시간을 이겨내야만 한다.
집짓기 기술을 익히고 허물을 몇 번이나 벗어내며
끈질기게 지루한 땅속 생활을 버터 내고 땅 위로 올라와
또 한 번 껍질을 벗어내고 마침내 어른 매미로 거듭나게 되는
매미의 용기와 끈기로 가득 찬 인고의 시간이 경이로웠다.
그 오랜 기다림 끝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너무 기뻤다.
매미의 가슴 아래쪽 뒷다리가 붙어 있는 곳에 비늘처럼 생긴 단단한 판
두 장이 배판이고, 그 밑에 소리를 내는 기관이 있다.
매미 등의 뒷날갯죽지 바로 밑에 양쪽으로 작게 튀어나온 등판 안쪽에 있는
발음막에 조갯살을 닮은 발음근이 연결되어 있는데,
발음근이 오므라들면 발음막이 당겨져서 소리가 나게 된다.
발음근이 1초 동안 약 100번이나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는 아주 작다.
그 작은 소리가 배판에 위치한 공명실 안에 울려 큰 소리가 되기 때문에
죽은 매미라도 발음근을 하나 잡아서 당기면 소리가 난다니
다음 여름엔 죽은 매미도 다시 봐야겠다.
이미 죽은 매미라 공명실이 제 역할을 못해 큰 소리가 나지는 않지만
소리는 나고, 살아있는 매미를 잡아 발음막에 조그마한 상처라도 내면
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는 알면 알수록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