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김준녕 지음 / 고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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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 과학 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 작가 김준녕 작가의 첫 SF 소설집이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살아가지만,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이들을

상상하며 위안 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들을 해결하지 못했을 때의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하고, 철학적 우화 같기도 하여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진짜로 펼쳐질 것 같은,

전혀 낯설지 않는 디스토피아를 들여다본 것 같아

마음 한편 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우주선 외벽을 수리하는 일로 입에 간신히 풀칠하면서

우주 방사선에 심하게 피폭을 당해

딸 상아에게 비정상적인 유전 형질을 물려주게 된 부부와

그들을 지켜보는 친구의 이야기인 <경매>는

가난을 대물림하는 지금의 모습이 떠올라 착잡하였다.

사랑에 빠진 절친 상욱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아이도 우리처럼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자신의 우려대로

상아의 부모들은 오롯이 딸을 치료하기 위해 쉬는 날도 없이

일만 하다 우주로 사라져 보리고 상아는 홀로 남았다.

상아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기억 컬렉터에게 기억을 팔았기 때문에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는 상아를 친딸처럼 키운 남자는

상아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팔기로 한다.

기억이 온전한 사람만이 대학에 갈 수 있는 세상에서

상아가 자신들처럼 녹슨 우주선의 때를 벗기다 소행성에 맞아 죽어버리는

암울한 미래를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 기억 재건술을 위해

상아에 대한 기억을 파는 남자의 이야기는 기억 컬렉터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생명체에게 있을 수 있는 원초적인 이야기라 여운이 많이 남았다.

먼 미래에도 태양계 행성 어딘가의 토지 증서를 손에 쥐고

태양 폭발이 자신의 토지에 미치지 않기를 소원하며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씁쓸하기도 하고,

블랙홀 충돌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외계인 보험사 직원과 협상을 하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약점을 잡아내기 위한 일개 보험사 직원의

활약 덕택에 지구가 사라지지 않게 된 이야기 등

먼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재 우리 사회의 일들과 유사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개인 회생이나 파산 같은 채무 조정 없이

죽지 못하고 끔찍한 굴레 속에서 빈을 갚으며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빛보다 빠른 빚>은 끔찍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빚을 안고,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 죽지도 못하고 빚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억을 삭제하고 복구하길 반복하며 영원히 일하게 되는 미래라니

상상만으로도 오싹했다.

인류는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우리의 선택들이 또 어떤 선택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SF 소설들이었다.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0번버스는2번지구로향한다 #김준녕 #한국과학문학상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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