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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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꼭 스무 살을 맞이한 거리의 인문학을 기념으로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교수가

그동안 강의에서 만났던 노숙인과 미혼모, 어르신, 교도소 수형자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모든 인간은 공포와 궁핍으로부터 해방될 권리가 있다,

넘어진 자는 반드시 바닥을 짚고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20여 년을 지나며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는데 사랑의 상호 감염이라는 찬사의 의미가 이해되었다.

노숙인 인문학 MT에서 저자가 구운 돼지갈비를 아무도 먹지 않아 서운해할 뻔했는데

그 이유가 치아가 성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라니 마음이 아팠다.

신체 중에서 가난이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치고 들어오는 부위가 바로 치아란다.

치아 질환은 대체로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고 치료에 큰 액수가 되기 때문에

치료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방치되기 때문이다.

이가 아프면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이 축나고, 힘듦을 잠시 잊기 위해

안주 없이 깡소주를 마시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깡소주가 안주 값이 없어서인 줄만 알았지 이가 성하지 못해서 그런 줄은 몰랐다.



노숙인이 16년 만에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해주는 게 인문학의 놀라운 힘이었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게 하고 표현하지 않았던 말을 표현하게 하고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하고, 다시 희망의 삶을 살게 하는 것.

그럼에도 길 위의 인문학을 만난 이들이 모두 해피엔딩을 맞는 건 아니었다.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를 착실히 하는 듯 보였던 사람도

거리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하는 걸 보니, 하루라도 더 빨리

인문학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어른들의 무관심에 방치된 아이는 거리의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란 어른이라도 거리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분들이 계시고, 인문학을 만난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걸 보니 감동적이었다.

여러 연구에서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제대로 성장한 아이들은

예외 없이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 주고받아 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아이 곁에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민, 관심, 애정 등 어떤 형태가 되었든 미약한 작은 관심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꺼이 고통을 감내해 내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손을 내밀어 주고 인문학과 만날 기회를 만난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보니,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되고 방치된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전 사회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성격과 정체성은 유전자나 양육환경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결정된다.

나도 누군가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영향을 끼칠 수 있게 잘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저자가 좌절과 결핍의 시기, 심하게 흔들릴 때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마라톤같이 스스로가 지치지 않도록 공부에 대한 강약 조절과 리듬 조절을 하면서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 본받을 만하다.

전문가 바보가 되어 자신의 전문 영역에만 갇혀 세상의 보편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한 종류의 나무만 심어서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는 저자의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혼자 하는 공부는 개인적 성취에 머물지만, 함께 하는 공부는 문명적 성취가 된다.

모든 사람들은 결핍이 있다. 거리의 삶을 사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결핍, 정서적 결핍, 연륜과 경험의 결핍, 젊음의 결핍 등

내 안의 결핍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이 달라짐을 잊지 말아야겠다.

'인'은 충만한데 '연'이 닿지 않아 일이 풀리지 않는 일은 없다.

나의 부족함을 생각하지 않고 거만하면 진정한 연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걷어차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 + 간'의 의미를 알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의 내면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게 만드는 만드는 책이었다.



#가난할권리 #최준영 #거리의인문학자 #성프란시스대학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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