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 16년 만에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해주는 게 인문학의 놀라운 힘이었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게 하고 표현하지 않았던 말을 표현하게 하고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하고, 다시 희망의 삶을 살게 하는 것.
그럼에도 길 위의 인문학을 만난 이들이 모두 해피엔딩을 맞는 건 아니었다.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를 착실히 하는 듯 보였던 사람도
거리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하는 걸 보니, 하루라도 더 빨리
인문학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어른들의 무관심에 방치된 아이는 거리의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란 어른이라도 거리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분들이 계시고, 인문학을 만난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걸 보니 감동적이었다.
여러 연구에서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제대로 성장한 아이들은
예외 없이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 주고받아 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아이 곁에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민, 관심, 애정 등 어떤 형태가 되었든 미약한 작은 관심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꺼이 고통을 감내해 내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손을 내밀어 주고 인문학과 만날 기회를 만난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보니,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되고 방치된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전 사회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성격과 정체성은 유전자나 양육환경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결정된다.
나도 누군가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영향을 끼칠 수 있게 잘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저자가 좌절과 결핍의 시기, 심하게 흔들릴 때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마라톤같이 스스로가 지치지 않도록 공부에 대한 강약 조절과 리듬 조절을 하면서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 본받을 만하다.
전문가 바보가 되어 자신의 전문 영역에만 갇혀 세상의 보편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한 종류의 나무만 심어서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는 저자의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혼자 하는 공부는 개인적 성취에 머물지만, 함께 하는 공부는 문명적 성취가 된다.
모든 사람들은 결핍이 있다. 거리의 삶을 사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결핍, 정서적 결핍, 연륜과 경험의 결핍, 젊음의 결핍 등
내 안의 결핍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이 달라짐을 잊지 말아야겠다.
'인'은 충만한데 '연'이 닿지 않아 일이 풀리지 않는 일은 없다.
나의 부족함을 생각하지 않고 거만하면 진정한 연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걷어차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 + 간'의 의미를 알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의 내면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게 만드는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