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이마에 빨간 문양으로 표식을 하고 등에 빨간 의자를 얹은 채
까만 코끼리 쿠쿠가 출근을 한다는 말에 미안했다.
동남아 여행 시 코끼리 타기 체험하지 말 것을 당부하지만, 아직도 코끼리 타기 체험이 존재한다.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어릴 때 못이 달린 채찍으로 때리며 쇠사슬에 묶여 길들여진 코끼리는
힘이 쎈 어른 코끼리가 돼 쇠사슬을 풀어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행지에서의 이색 체험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쿠쿠의 마지막 출근 날, 깊은 땅속을 부지런히 누비는 개미가 태워줘서 고맙다며
자기 집에 방이 많다고 땅속 세상은 아늑하다며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한다.
"땅속은 정말 아늑하겠구나. 지금은 못 가지만...... 나도 언젠간 꼭 땅속 세상에 가 보고 싶어."
라고 답하는 쿠쿠.
너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새 손님이 하늘에 같이 가볼래라고 묻자
역시 지금은 못 가지만, 자신도 언젠간 꼭 높은 하늘을 날아 보고 싶다고 답하는 쿠쿠가
설마 죽은 뒤에 가게 되는 건 아닌가 불안해졌다.
그림이 온통 회색빛이라 자유가 없는 지금은 못 가지만, 자유를 갈망하던 쿠쿠가
평생 사람들을 등에 태우며 혹사당하다가 결국은 죽은 후 영혼이 되어
가고 싶던 곳들을 가게 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인데 그렇게 슬프면 안 되잖아, 해피엔딩일 거야
하면서도 현실의 많은 코끼리들은 늙어 힘을 못 쓸 때까지 혹사당하고 버려지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쿠쿠에겐 오랫동안 일하느라 거칠어진
쿠쿠의 코를 쓰다듬어주고 아끼는 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