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상전문 신방실 기자의 지구 최북단, 사라진 북극 취재기이다.
기상전문기자 최종 면접때 남극과 북극에 가서 온난화를 취재하고 싶다고 답했는데
입사한 지 15년만에 그 꿈을 이루게 됐지만 순조롭지는 않았다.
기상전문기자에게조차 북극은 쉽게 가기가 힘든 곳이라니,
내게도 기회가 올까 싶다.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둠 투어가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친화적인 여행으로 홍보되지만,
비행기와 유람선 운항 증가로 인한 온실가스가 빙하의 수명을 단축하고 있다니
나의 이기심인 것 같아 신방실 기자와 같은 전문가들의 다큐를 통해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다음 세대에는 사라질 곳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겨냥해 만들어진
둠 투어는 사라지고, 과학자들의 연구와 다큐 등을 통해 알려지는
최악의 위기에 처한에 대한 경각심은 대중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보다는 세계에서 단 두 곳 중
가까운 우리나라에 위치한 백두대간 수목원에 가서 백두대간 종자 저장고를 방문해야겠다.
북극을 오가는 과학자들도 빙하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이 늘고
빙하와 영구동토층, 생태계에 영향을 줌을 우려한다.
북극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연구 목적으로 만들어진 과학기지촌만 활성화되고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예 생겨나지 않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북극 관광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유람선에 관광객을 싣고 오기 위해 소비하는 화석연료와,
유람선을 타기 위해 전 세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덜 소비하고 덜 이동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막는 데 중요하다.
야생 환경이 과잉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사랑하던 소녀는 기상전문기자가 되자,
날씨에 품고 있던 상상과 은유가 한낮의 안개처럼 허무하게 증발하게 됨을 경험하게
됐다는 말에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때의 변화가 공감이 되었다.
영국이 비평가 존 러스킨이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고 말한 건
기상전문기자가 아니여서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멀리서 구경할 땐 태풍도 멋지겠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가면 전쟁터이기 때문일테다.
저자가 KBS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지구온난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불과 10여 년 사이 기후변화는 기후위기, 기후 비상사태, 지구 가열이라는 말로 대체될 만큼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해빙이 사라지자 북극곰이 물개를 사냥하는 일이 어려워졌고
살길을 찾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북극곰은 순록을 사냥하기 시작했으니
정말 기온상승이 심각하다. 먹이 사냥에 문제가 생겨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건 순록도 예외는 아니다.
눈을 헤치고 그 속의 풀을 먹으며 수천 년간 생존해왔던 순록은
겨울에 눈 대신 비가 내리자 풀이 단단한 얼음 속에 갇혀보려 굶주리게 되자,
해초를 먹기 시작했다. 수천 년간 입에 대지도 않았던 해초를 어쩔 수 없이 먹게 된 순록의 건강은
괜찮은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우리에게 해초는 건강식이지만 염분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 순록은 괜찮을지 궁금하다. 북극곰과 순록의 서식지가 겹쳐고 북극곰이 순록을
먹잇감으로 여기지 않는 이유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순록을 먹은 북극곰은 괜찮은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변화하는 북극의 생태계가 걱정이 되었다.
몇 년전부터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산의 경사가 심해지고 묘지의 십자가가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관이 떠내려가는 오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발바르에 묻힌 과거의 사람들이
기후 위기로 인해 죽어서도 쉴 수 없는 비극을 맞을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영구동토층은 탄소를 품은 시한폭탄이다. 갇혀 있던 미지의 미생물들은 어떤 질병을 유발할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