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것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관성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무엇이든 처음 경험할 때는 새롭고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느끼지만
매일 반복하다 보면 무감각해져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시들어간다.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하지만, 우리의 삶은 반복의 숙명을 벗어나기 힘들다.
온 카와라가 1966년 1월 4일부터 2014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혼자서 그날의 연월일을 작은 화면에 새기듯 그린 '오늘' 연작은
반복되는 오늘을 사는 우리 삶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해석은 오늘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점검해 보게 했다.
온 카와라의 작품처럼 이우환의 작품 역시 단순 반복의 극치이지만
단순한 선과 점의 반복만이라면 예술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이우환이 평생 선을 긋고 또 긋고 점을 찍고 또 찍고를 반복하는 것은
어릴 적 매일 똑같은 쌀 씻기가 뭐가 즐거워 노래를 흥얼거리냐는 질문에
어머니가 매일 쌀 씻는 것이 항상 새롭고 다르게 느껴진다고 한 말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니
화가가 전하고 싶어한 이야기가 좀 더 다가오는 것 같았다.
화가의 어머니가 매일 쌀을 씻으며 전혀 다른 것을 느꼈듯,
화가도 매일 점을 찍으며 전혀 새로운 것을 느끼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마주한단다.
매 순간의 일회성을 깨닫고 새롭게 감각하며 새롭게 깨어 있는 화가의 행위가
고스란히 담긴 그림 앞에서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경험하며 살고 있는지는 생각하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