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자연과학에 대한 사랑을 불어넣어주고 싶어했던 파브르 할아버지의 자상함이
이쁜 그림과 함께 펼쳐져서 좋았다.
파브르 곤충기를 보면 어린 시절에는 분명 곤충을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데,
왜 어른들 중에는 곤충 공포증이나 혐오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벌레는 병을 유발하는 더러운 것, 조심해야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어른들의 말이
아이들의 곤충 사랑을 오염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얕보면 안 된다.
어린이 동화를 읽을 때마다 깊이 있는 지식에 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
파브르 곤충기 역시 뛰어난 관찰력과 곤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바탕이 된 작품이라
대부분의 어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정보까지 있어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자연과학 지식을 어느 수준까지 제시하는 것이
아이들의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관찰하고 배우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큰배추흰나비가 왜 양상추도, 누에콩이나 완두콩의 잎도 다 지나치며
아기들에게 먹일 양배추를 찾아 헤매는 걸까?
곤충들이 아무 식물이나 먹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곤충들마다 먹는 식물 잎은 정해져 있다.
큰배추흰나비의 애벌레들은 십자화 식물 외에는 먹지 않는다.
십자화 식물이라니...
요즘은 분류를 제대로 배우는 고등학생들이 드문 편이라
식집사들이 아니고서는 잘 쓰지 않는 용어인데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너무나 친절하게
네 장의 꽃잎이 십자가 모양으로 피어서 십자화라고 불리며 유채과 식물이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해주니 아이들의 분류학 지식이 자연스럽게 획득된다.
야생 양배추의 조상을 먹고 살았던 나비 조상들이 먹을 게 충분치 않아
같은 종류의 야생 식물도 먹게 되었는데, 사람들도 유채과 식물을 좋아해
야생 양배추의 모양을 믿기 어려울 만큼 바꿔 놓았다며
육종의 결과도 알려준다.
갓, 무, 냉이도 모두 십자화 식물로 큰배추흰나비 애벌레가 먹을 수 있는
양배추류 식물에 대한 지식이 추가되었다.
큰배추흰나비 애벌레들의 피만 쭉쭉 빨아 먹는 배추나비고치벌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곤충의 세계에서 서로 먹고 먹히는 천적 관계를 이해하며
천적이 없으면 큰배추흰나비가 너무 많아져 양배추가 금세 바닥이 나서
죽어 갈 수밖에 없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해준다.
큰배추흰나비의 알이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될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살아가는지 자세히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