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85년 페루 안데스에서 조 심슨이 겪은 무시무시한 모험에 관한 기록이다.
조는 등반 파트너 사이먼과 미등의 시울라 그란데 정상에 올랐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둘이 최선을 다해 내려오다 또 조가 크레바스 속에 빠지는 사고가 났고 조가 죽었다고 판단한
사이먼은 로프를 자르고 홀로 베이스캠프로 돌아온다.
베이스캠프에서 조의 장례식을 조촐하게 하고 떠나기를 준비하는데
죽었다고 생각한 조가 거의 죽은 채 극적으로 살아돌아온다.
체중이 19kg이나 줄어들어 46kg이었으니 얼마나 사투를 벌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고를 겪은 당사자 두 사람이 각각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그때의 심정을
가장 솔직하게 고백하며 기록한 생존 서사시이다.
공포 영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조가 죽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다는
결말을 알고서 읽어도, 읽는 내내 가슴이 철커덩 철커덩거려 읽기가 힘들었다.
죽음 직전의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산을 오르는 걸 보면
생존의 대서사시를 경험하면 그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조의 말에 따르면 하나의 꿈을 이루면 잠시 조용히 지내다
얼마 안 있어 또 다른 꿈을 갈구하게 된단다. 약간 더 어렵도 더 야심적인, 더 위험한 목표를,
그런 꿈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지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산은 그들을 흥분시키는 매력과 신비의 대상인 듯하다.
눈과 구름으로 온통 하얀색 천지로 하늘인지 눈인지 분간할 수 없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
그런데 길을 잃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고,
빨리 내려가지 않으면 동상이 점점 심해져 더 내려가기가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면
너무너무 공포스러울 것 같다. 사이먼이 로프를 끊은 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사이먼과 조 모두 사건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양심의 문제에 대해 곱씹어 봐도
서로를 구하려던 영웅적 노력 끝에 닿은 단 하나의 현명한 길은 로프를 끊는 것이었기에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다고 했다.
둘 다 목숨이 위태롭게 된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 시점에서
주저 없이 직관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그들의 잘못된 판단은
충분히 먹지도 마시지고 못한 채 어두워지고 나서도 한동안 등반한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동상에 걸리고 탈진과 탈수로 몰아넣었고
무게를 극도로 줄이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가스도 가져가지 않았던 것 등
준비 부족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사이먼은 이기적이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 돌봐야 남도 도울 수 있다며, 사람들의 간접적인 의견은 살아온 조가 해준 말에 비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며 가혹한 비난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조와 사이먼은 사람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의견에 대해 대꾸하는 것보다
부상에서 회복해 산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순위였던 것이다.
그들의 우정과 산에 대한 사랑은 절대 고독의 생존을 함께 나눈 사이에서 싹튼 것이라,
고독한 설산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감히 말할 자격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