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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그레이션 -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년 6월
평점 :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펼쳐지는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교훈적인 소설일 거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펼쳤다가 그 흡인력에 깜짝 놀랐다. 작가의 데뷔 소설로 전 세계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 및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을 따라 세상의 끝 남극을 가기 위해
고기잡이배에 오른 조류학자 프래니는 누가봐도 상처입은 영혼이었다.
미신을 믿는 뱃사람들은 훈련도 안 된 여자를 배에 태우지 않는다며 거절해도
결국 운명처럼 사가니호(까마귀)에 오른 그녀를 선원들은 탐탁지 않아 했다.
그녀가 얼마 못 견디고 나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고되고 등골 휘는 하루 18시간 작업을
그녀는 오히려 좋아했다. 녹초가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녹초가 되어서야 간만에 맛보는 꿀잠이라니 도대체 그녀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 작은 몸으로 이 세상 동물 중에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북극제비갈매기는 북극에서 반대편 남극까지 갔다가
1년 안에 다시 돌아온다. 30년 정도 산다고 봤을 때 평생 동안 지구에서 달까지 세 번 왕복하는 거리와 같은데
그들의 용기와 우아하고 하얀 날개의 아름다움 때문일까, 왜 그녀는 그 새들을 따라가 보고 싶어하는 것일지
어떤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그 새를 보러가기 위해 험난한 뱃일을 하겠다고 자청하는 것인지 말이다.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 패턴을 연구하여 기후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학문적 목적보다
세상에 남은 마지막 개체일 것 같은 북극제비갈매기를 통해 삶에 대한 단서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남극에 도착해서 그 여정이 끝나면 그녀의 삶이 무너질 것인지 시작할 수 있을지,
그녀는 왜 살인자가 되어 교도소에서 나와서 북극제비갈매기를 따라 가는지 긴장이 되었다.
몇 장 읽자마자 이 소설은 영화화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2000년 영화 <퍼펙트 스톰>보다 훨씬 더 바다에서의 사투를 잘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될 것 같지만, 프래니의 불행한 어린 시절과 너무나 극적인 남편과의 사랑 이야기까지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했다.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