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잡화상을 벗어나고픈, 바깥 세상이 너무나 궁금한
고아 소년 토멕 앞에 어느날 묘한 분위기의 한 소녀가 나타난다.
부끄러움이 많은 소년은 소녀의 이름조차 물어보진 못 했지만 한눈에 반하게 된다.
미지의 소녀는 필요한 모든 것들이 있는 토멕의 잡화상에
죽지 않게 해주는 물인 크자르강의 물도 있냐고 묻지만, 토멕은 난생 처음 듣는 강이었다.
실망한 소녀는 사탕을 사고 가게를 떠났고 토멕은 먹을 것을 너무 밝히지만 않았다면
마을에서 위대한 철학자로 통했을 이샴 할아버지를 찾아가 크자르강에 대해 물어본다.
이샴 할아버지에게서 거꾸로 흐르는 강, 크자르강 끝에 죽지 않게 해주는 마법의 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크자르강에 가면 소녀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을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이름도 모르지만 한눈에 반한 소녀를 찾아서, 마법의 물을 구하러 가는 험난한 여정에
소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모험을 시작한 토멕의 용기가 부러웠다.
잡화상의 작은 창문을 통해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동경만 하던 소년이
사랑의 힘으로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을 기꺼이 떠나는 걸 보면 정말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 같다.
망각의 숲과 향수 마을 등 재미난 상상의 공간은 매혹적이었는데
특히 페피곰이 만드는 향수는 너무 흥미로웠다.
정말 부모님과 함께 연못가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갑자기 빗방울이 쏟아지던 순간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향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자라니
정말 그런 소중한 기억들을 불러일으키는 향수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에 빠지게 되었다. 언덕 위의 결혼, 건초 더미 속에서 태어나는 어린 양,
새벽의 푸르스름을 안고 떠나는 여행의 첫 발자국, 사랑하는 이로부터 온 편지를 읽는 순간
등을 향기에 담는다는 재미난 발상이 유쾌했다. 인생은 짧기에 늘 기분 좋은 향기만 만든다는
페피곰이 사랑스러웠다.
"우린 자매다. 나비 날개처럼 부서질 듯 여리지만, 그래도 우리는 세상을 사라지게 할 수 있지.
우리가 누굴까?" 라는 질문에 그 누구도 답을 못 말했던 이유는 두려움에 온몸이 마비되어
생각하는 것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그 두려움을 뛰어 넘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한나와 함께 마법의 물 한방울을 얻기까지의 모험이 동화처럼 판타지처럼
펼쳐져서 재미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