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고 창조적인 작가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타계하기 몇 해 전인 2005년 5월 21일,
케니언 대학 졸업식 강연을 책으로 엮은 책이다.
졸업식 강연을 엮는 책이라 분량도 작고 그림없는 그림책 느낌으로 여백의 미가 강하게 느껴졌는데
그 여백을 저자의 인생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채워넣어야 할 것만 같은 책임감이 느껴졌다.
지극히 당연하고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중요한 현실이 사실은 가장 보기 힘들고 논하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이 갔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이야기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성인이 되어 날마다 겪어내야 하는 인생의 최전선이 진부하고 상투적이다는 걸 들은
졸업생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을지 궁금하다.
아직은 충분히 앳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으로 거듭날
젊은 시절의 난 어떤 생각을 했었나 회상도 해보느라 짧은 분량의 책임에도 아주 천천히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축제의 시간은 짧고, 일상은 고단함을 알려주며 권태와 판에 박힌 일상과 시시한 좌절들의 연속이
어른으로서의 삶에 펼쳐질 것임을 알려주는 인생 선배의 마음이 느껴졌다.
진짜 세상은 여러분이 디폴트세팅을 바탕으로 사는 것을 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며
진정한 자유를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사소하고 하찮은 방법으로 계속하면 된다고
알려주는 선배가 있으면 참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로 중요한 자유는 집중하고 자각하는 있는 상태, 자제심과 노력, 그리고 타인에 대하여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능력을 수반하는 것입니다.(p.128)
성인이 총으로 자살하는 경우 거의 모두 자기 머리에 총상을 입힌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자살한 사람들 대부분은 방아쇠를 당기기 훨씬 전부터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는
다소 충격적인 유머로 현실을 알고 살아가라고 각성시켜주는 연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