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영화수업 - 윤리와 공정에 관한 십대들의 생각 모으기
정은해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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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폐해, 과학 기술의 두 얼굴, 환경의 위기, 전쟁의 고통, 인권의 가치 5개의 주제로 나누어

각 주제마다 4편의 영화를 통해 인류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을 곱씹어보는 책이었다. 

각 영화마다 함께 보면 더 좋은 추천 영화와 영화 감상 후 함께 하는 토론 논술 활동이 있어

윤리와 공정에 관해 청소년들의 생각을 모으는 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넘쳐나는 영화 속에서 우선 순위로 봐야 할 것들을 추려내어서 타임킬러용이 아니라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다.

망각의 동물이라 감명깊게 봤었던 영화들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영화의 주요 장면들이 

삽화로 그려져 있어 기억 저편에서 감동의 순간을 끄집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노매드랜드(클로이 자오 감독, 2020)>와 함께 보면 더 좋은 추천 영화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키 햐야오, 2002)>이 있어 새로웠다. 

치히로 가족이 일본의 버블 경제에 거품이 빠지면서 시골로 이사가게 되었던 것이구나,

석탄을 하루종일 나르는 검댕이, 손이 여섯 개나 있어 두세 사람 이상 몫의 일을 하면서도

밥 먹을 시간조차 먹는 가마 할아버지와 일만 하느라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라니 다시 한번 보면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했다.


<로렉스(크리스 리노드, 카일 발다 감독, 2012)>를 통해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인공 도시에 대해,

나무가 없어지자 공기가 더러워지고 부족해지자 공기를 팔아 엄청난 이익을 얻고 인공 도시

스티드빌을 지배하는 거대 자본 권력가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들에 생각해보는 것은,

기후 위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위장 환경주의에 속아넘어가는 소비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되었다.


<카우스피라시(팁 안데르센, 키건 쿤 감독, 2014)>이 등장했을 때의 충격이 너무나 강렬해서

완전한 비건은 아니지만 지나친 육식을 지양하고 있는데, 아마존 밀림이 최근 1초에 축구장 한 개

크기만큼 사라지고 있는 원인이 축산업에 있다고 하니 정말 걱정되었다.


<다크워터스(토드 헤인즈, 2020)>는 힘없는 시민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하는 길고 외로운 싸움 끝에

정의가 승리한다는 전형적인 환경 영화같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그 길고 외로운 싸움 끝이 영화와

같은 결말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런 영화가 계속 제작되는 것 같아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영유아들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업체가 무죄 판결이니 말이다.

돈만 좇는 대기업과 거기에 힘을 실어주는 과학자들과 정부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폰을 상대로 길고 외로운 싸움을 하는 한 변호사가 존재했었다는 것이 참 부러운 대목이었다.

권력과 돈 앞에서 도덕이나 신뢰를 찾아볼 수 없는 나라, 사람의 생명을 포기하고 돈을 포기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건 너무 끔찍한 일이다.


<가버나움(나딘 라바키, 2018)>을 봤을 때의 그 먹먹함이 여전히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자신을 태어나게 해서 부모들을 고소한 열두 살의 어린 소년 자인. 자인은 자식들을 돌보지 않는 부모 대신

동생들을 돌보며 하루 종일 일한다. 돈 몇 푼에 나이 많은 남자에게 어린 딸을 팔아버릴 부모라는 것을 알기에

여동생이 초경을 시작하자 옷을 빨아주고 숨기고 싶어했지만 결국 여동생은 고작 수탉 몇 마리로 팔려가게 되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제발 부모가 애를 그만 낳게 해달라는 그 심정은 어떨까 싶어 자인과 함께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 영화가 칸영화제에 초청된 후 주인공 자인 역을 맡았던 시리아 난민 소년과 그 가족들이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으로 노르웨이에 정착했고 다른 아이들도 유니세프의 도움으로 학교에 다니게 되고

자인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위한 가버나움재단도 설립되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경고하는 영화들이 집약되어 있다 보니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관심이 전해지고 전해져서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에 다시 힘을 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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