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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라 불린 사람들 - 지능과 관념 · 법 · 문화 · 인종 담론이 미친 지적 장애의 역사
사이먼 재럿 지음, 최이현 옮김, 정은희 감수 / 생각이음 / 2022년 12월
평점 :
지적장애인들의 역사만틈 흥미로운 것은 현대국가에서 이들을 연구하도록
고용된 전문가 대부분이 그들의 역사를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말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습 장애(현재 학술적 용어로는 지적장애),
지능 및 의식의 역사, 소속감, 시민권, 수용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역사학자가
18세기부터 현재까지 3세기 동안 영국과 유럽사회에 퍼져있는
지적 장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추적하고 서술한 이 책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
지적장애인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나 또한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 않나
반성하면서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치료법과 공공정책이 계속해서 바뀌는 이유가
항상 과거의 잘못 때문이고 그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늘 현재의 몫이라는
지적에 뜨끔하면서 지금이라도 제발 바로잡혀야할텐데 걱정이 되었다.
민형사 재판 기록들, 농담과 속어, 소설과 시, 풍자만화와 회화, 대중적인 창작물과 여행기
들을 두루 살펴 본 저자의 노력도 놀라웠고, 지적 장애인을 일컫는 단어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깜짝 놀랐다. 18세기까지만 해도 백치라 불린 사람들은 웃음거리가 될 때도
있긴 했지만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 그들은 가족에게는 사랑을,
지역사회에서는 옹호를, 법정에서는 관대한 처부누을 받았고 사람들의 일상에
언제나 존재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가 점점 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상업화됨에 따라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다수가 문맹인 백치의 토지와 재산을 놓고
이들의 가족이 이를 독점하려는 국가와 더불어 막강한 법률과 점점 갈등을 빚게 되었고,
"누굴 바보로 알아?"라는 말이 이때 생겨났다고 한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23/01/20/20/timschel1_1509889235.jpg)
책을 읽을수록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들이 왜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소원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탐욕과 부패한 문화에서 취약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백치의 재산은
손쉬운 표적이 되고, 부유하고 지체 높은 집안에서 안락하게 살다 부모를 잃은면
이전과 같은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탈의 대상이 되어
불행해지는 사례들에 가슴이 아팠다. 지능은 낮지만 착한 심성을 가진 것에 대해
바보 같다고 괴롭힘을 당하거나 추방하기보다 놀림을 당하긴 해도 그들의 취약함 때문에
지역사회의보호를 받으며 순수함과 정직함을 칭송받던 18세기 초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민지 정복과 함께 전해지는 미개인이라 부른 원주민의 습관이 18세기 후반부터 만들어진 백치의 특성과
소름이 날 정도로 닮은 점은 정말 화가 나는 대목이었다. 예의 없이 짐승처럼 먹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동물적 욕구를 해소하는 등 문명인의 규범을 따르지 않아서 자신들의 고국에 있는
백치와 치우처럼 생각했고 그런 비이성적인 생각들이 우생학과 인종 차별로 이어진다니 정말 안타까웠다.
그 또한 이성적인 유럽인이 새 식민지를 통치할 왕이 되어 미개인들의 모든 땅을 소유하고 지배할 명분이 된다는
것이 정말 화가 났다. 유럽의 이성적인 문명인이 비이성적인 인종을 지배해야 한다니 그 오만하고 비열함에 말이다.
읽으면서 답답하고 화가 많이 나기도 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모든 인류의 구성원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더 이상 과거처럼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23/01/20/20/timschel1_8527933016.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