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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문장들
강처중 외 지음, 윤작가 엮음 / 우시모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32년간 국어 교사로 글짓기반 교지반 신문반 방송반을 열성적으로 지도하던 저자는
문장수집자로 활자 탐독 여행을 하면서 한국현대문학사에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어느 작가의 이름이 어떤 작품이 명예스럽게 기록될까 생각을 해봤단다.
100년이 넘은 우리 근현대의 산문들을 복사하고 옮기고 짜깁기하는 인쇄 복사물 속에
원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원문 출전 확인에 많은 시간을 집중하며
엄청난 열성과 감식안으로 48명의 작가 48편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책이라
놀라웠는데 한국현대문학사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거의 다 생소하였다.
워낙 문외한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문장들이 다소 어렵게 다가오긴 했지만
평설을 통해 작가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나도향 시인이 만일 여자로 태어날 수 있다 하면 그믐달 같은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니
달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었다. 보름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 같고,
초승달은 독부나 철모르는 처녀 같고,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 같은 달로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라니 시인의 감성은 정말 남다르구나 싶었다.
'조선의 집시-들병이 철학'을 쓴 김유정의 문학을 관심있게 탐구했던 현덕의 문학적 호기심으로
두 사람의 우정이 깊어졌고 김유정의 들병이 철학이 담긴 소설 <솥>을 오마주한 것이
현덕의 <남생이>라고 하니 두 작품 모두 궁금해졌다.
독립운동가로서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해 틈틈이 많은 글을 남기신 단재 신채호 선생님께서
일제에 체포되어 10년 형을 선고받고 뤼순 감옥에서 매일 강제노역을 하실 때,
10분의 휴식 시간에도 책을 읽는 의욕적인 생활을 하셨다니 게으른 일상을 반성하게 되었다.
석주명 박사님이 조선 나비에 대한 문헌이 일본이나 타국에 비해 대단히 적고 학문이 떨어지지만
그것을 오히려 연구하는데 문헌 수집상 곤란이 비교적 적어서 다행이라고 한 대목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75만여 마리나 되는 나비를 채집하고 분류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양에서 종업원이 100여 명에 달하는 요릿집을 운영할 정도의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고, 사업으로 번 돈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민족의식이 뚜렷한
부친 덕분에 민족문제도 관심이 많았던 분인데 술에 취한 군인들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김구 선생님께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에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정말 가슴이 찡해졌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고,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하신 말씀은 너무나 현명한 지도자의 염원이라 언제나 감동적인 것 같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잣니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나마에게도 행복을 준다는 말씀을
잘 새겨들어야겠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가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니, 이 마음만 발달되면 충분히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는 것,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아니라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 위해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고 국민교육을 완비할 것~!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라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를 주장해야 함을 기억하고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에서는 덕의 향기가 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