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딜라 : 문스톤 원정대 ㅣ 딜라
천지아통 지음, 비올라 왕 그림, 박지민 옮김 / 알라딘북스 / 2023년 1월
평점 :
<해리포터>를 세상에 나오게 한 영국의 유명 출판인 베리 커닝햄이 선택한 판타지로,
영국에서 번역 출판한 최초의 중국어 아동소설이라는 타이틀에 궁금증이 폭발했다.
저자가 중국 산둥성에서 태어나 신비하고 이국적인 색채로 가득한 신장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야생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무리에서 떨어져 엄마 아빠와 외롭게 지내던 북극 여우 딜라는 인간의 세계를 동경했지만,
사냥꾼에 의해 갑자기 엄마 아빠를 잃게 되었다.
엄마는 문스톤이 딜라를 인간으로 바꾸어 줄 신비한 보물을 찾도록 이끌어 줄거라며
문스톤을 남긴 채 죽고, 엄마를 잃은 슬픔도 잠시 문스톤을 빼앗으려는 무리들로부터
도망을 치게 된다. 문스톤 사용법을 터득한 딜라가 다른 동물 친구들을 만나며
매화꽃 같은 작은 발자국을 남기며 문스톤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소나무들을 탐욕스런 목재상들로부터 지키며 살던 미데오와 릴리 부부가
돈에 눈이 먼 목재상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딜라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자신처럼 한순간에 부모를 모두 잃은 아기 레오가 죽을까봐 누군가 발견해 돌볼 수 있도록
포대기 매듭을 꽉 물고 레오를 마을에 데려갔건만, 사람들은 여우가 아기를 훔쳐 간다고
오해하고 공격했다.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짐승 놈이라며 총을 겨누었다.
딜라가 인간을 동경하게 했던 존의 가족들은 친절했었는데 사냥꾼과 목재상, 마을 사람들을
보니 딜라는 혼란스러워졌을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인간은 이 세상의 주인으로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온갖 특권을 누리고 동물들의 운명 또한 좌지우지한다고 했다.
북극여우의 수호신 울라가 만든 보물을 동물을 사람으로 바꾸는 놀라운 마법을 갖고 있다며,
인간처럼 살고 싶다면 부모님에게 일어난 사고 때문에 인간을 미워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좇아가서 인간이 선한지 악한지는 스스로 겪어보며 판단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비인간동물들의 입장에서 우리 인간은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라는 물음에
쉽사리 답할 수가 없어 참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인간들이 지혜로 천적의 공격을 걱정할 필요도 없이 안락한 곳에서 지내고
특히 책을 많이 읽어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는 걸 부러워하는 족제비 안켈이
딜라의 첫 동행자가 되고, 딜라는 자신이 보물을 찾으면 나쁜 사람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희망한다. 야생마 무리들이 인간들의 매복에 포위당하면서 잡혔다 도망친
어린 말 카셀과 만남도 인상적이었다. 인간들이 자신에게 쇠발굽을 다는 모욕을 남겼고
그래서 무리로 돌아갈 수 없어 서글퍼 우는 어린말의 신세가 안쓰러웠다.
무리들에게 부끄러움도 모르는 반역자 취급을 받는 카셀을 위해
딜라는 다들 도망가느라 아무도 카셀을 도와주지 않고 버려 놓고는
간신히 돌아왔는데 쫓아내는 건 옳지 않다며 카셀을 대변한다.
카셀은 아무 잘못이 없고 잘못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이라는 질책에
야생마 지도자들은 노발대발한다. 인간은 야생마를 맨손으로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하며
비열한 수단으로 몰래 공격하는 더럽고 오만한 존재라고 말이다.
안켈이 인간들은 지혜로 강해졌다며 반박하는데 진정한 지혜가 있다면
야생마들의 영토를 빼았고 그들을 노예로 삼기 위해 함부로 자신들의 힘을 쓰지 않았을 거라며
야생마가 멸족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소위 말하는 인간의 지혜 때문이라는 반박에
할 말이 없어졌다. 정말 인간은 지혜로운 존재일까 라는 반성이 되었다.
동물 친구들을 하나씩 만나게 되며 문스톤 원정대의 대탐험이 6권까지 이어진다니
너무 흥미로운데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인류세를 살아가는 시점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일까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대가 더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