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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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을 인상깊게 읽었다. 그래서 인간중심에서 벗어서 인간 대 동물이라는 

이분법 구도 안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동물의 능동성에 주목해 인간과 동물의 역사를 다시 쓴 책이라 기대가 되었고,

역시나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인간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빠진 ‘동물’이라는 퍼즐을 하나씩 끼워 맞추며 동물이 인간 문명의 조연이 아니라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고, 세계를 바꾸는 영향력이 있음을 알려준다.

동물이 주체적으로 참여한 공동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동물의 세계에서 시선을 읽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종이 인간과 개인데,

개가 사람의 감정과 분위기에 잘 반응하는 이유는 훈련의 결과가 아니라 유전자의 표현이라고 한다.

인간과 늑대가 서로 눈빛과 시선을 교환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공진화한 것이다.

인간은 물론 가축화에 참여하는 동물에게도 생태적 이득이 있어야 하므로

가축화는 쌍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가설이 기존의 가설들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100여 년 전 오스트레일리아 에덴 앞바다에서 이뤄진 인간과 범고래 공동 사냥과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브라질 라구나 마을의 인간과 돌고래 공동 어업은 정말 흥미로웠다.

라구나 마을의 돌고래 사회의 생태와 행동을 30년 이상 연구한 동물행동학자들은 

공동 어업에 참여하는 돌고래가 전체 무리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숭어 떼가 눈에 띄면 꼬리나 머리를 들어 수면을 찰싹 때리는 소리를 내서 

어부들을 부르는 돌고래도 있지만, 과거 종의 전통적인 방식대로 자급자족하는 돌고래도 있다.

그런데 인간과 공동 어업을 하는 돌고래와 그렇지 않은 돌고래들은 깊이 섞이지 않고,

공동 사냥 기술을 새끼에게 학습시킨다고 하니 신기했다.


로마제국의 동물 사냥 경기는 귀족에서 평민까지 잔혹함을 공유함으로써 그들이 제국의 일원이자

인간 종의 일원으로서 같은 편임을 확인하는 수단이었다는 것이 참 슬펐다.

원형경기장에서 적국의 군인이나 로마의 식민지로 편입되기 전에는 야생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던

생명체들이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겼다니 말이다.

내면의 잔혹성을 끄집어내 합리화해 줄 제도만 있다면 아무 죄의식 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을 반성하고 과거의 무지함이었음을 깨닫고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소고기보다 비싼 음식이었던 닭고기가 가장 싼 고기고,

계란이 가장 싼 식재료가 되기까지 닭들이 밀집형 가축 사육 시설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마주하게 되니 정말 불편했다. 정말 불편한 진실이지만 공장식 축산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최대 축제 중 하나인 화천 산천어 축제의 민낯도 놀라웠다.

야생 산천어는 영동 산간에서 살다 동해로 나가 오호츠크해까지 헤엄치는 긴 여행을 떠나

죽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삶을 살아야 하나, 산천어 축제에 동원되는 산천어들은

전국의 양어장에서 인공수정해서 만든 물고기이다. 치어 80만 마리를 1년 남짓 치우는데

화천천에 투입되기 닷새 전부터 굶긴단다. 양어장 시멘트 수조에 갇혀 1년을 살다

화물 트럭에 실러 천신만고 끝에 화천천에서 잠시 자유를 맛보다 잡혀서 생선구이가 되거나

축제 마지막 날까지 잡히지 않으면 수거되어 산천어 어묵으로 만들어진다.

산천어가 최초의 자유를 맛본 후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생선구이 가마까지 가는 시간이라고 한다.

물고기를 가장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이 그냥 공기 중에 놔두어서 질식해 죽도록 하는 것인데,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아주 천천히 죽어가지만 어류이기에 끔찍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다.

산천어 축제 반대 운동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의해 동물을 보호하려는 최초의 시도 중 하나라고 하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


틸리쿰이 죽음으로써 범고래쇼의 비윤리성이 수면 위로 떠로으고 범고래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고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처럼

인간과 교감이 잘 되지 않는 동물들에 대한 태도도 조금씩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지구 생태계의 지배계급이 원주민과 동물의 삶터를 점령하고, 그들을 계몽해야 할 야만으로 치부하며

그들의 몸을 자신의 정치체제에 복속시키는 식민주의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잘 알게 되었다.

동물권을 위한 거시적인 기획도 중요하지만 인간과 동물 개개의 관계에서 나오는 작은 행동 또한

역사를 바꾼다는 것을 알리려고 하는 저자의 맘이 너무나도 잘 전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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