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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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거의 강직성 경련 같은 정숙을 강요하는 쿠퍼 교수는 쿠퍼 신으로 군림하였다. 

자기의 권력의 완전성을 해칠 수 있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 그는

권력자에게 암묵적으로 허용된 불공정을 학칙이 허용하는 한 최대로 이용하는 못난 어른이었다.

그런 그에게 반항적인 게르버 쿠르트는 눈엣가시였다.

쿠르트가 아주 정의로운 반항아는 아닌 것 같아 보였지만, 쿠퍼 신이 담임이 되었을 때

쿠르트의 아버지가 전학을 고려할 정도였으니 둘 간의 신경전은 예견된 사건이었다.

7년간 아들이 학교에서 한 어리석은 행동들을 생각해보면 쿠퍼가 없어도

아들의 졸업시험이 걱정이 되는지라, 아버지는 아들이 더 이상 영웅 행세하기를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쿠퍼 앞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 앞에서 도망치는 것이라고 말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데도 아들에 대해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 걸 보면

쿠르트는 그냥 공부에는 별 관심 없는 장난기 많은 평범한 학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졸업반이 되어 졸업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보려 하는데

하필이면 쿠퍼 신과 엮이다니 쿠르트로서는 정말 운이 나빴다.

쿠퍼 교수가 졸업반을 담당하지 않았더라면 졸업 시험 중 쿠르트가 자살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학교 때문에 인생을 포기한다면 학교의 영광을 너무 높이는 거라고,

고등학교 공부는 멍청한 익살극이라고 졸업시험에 합격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쿠르트였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어서 놀랐다. 자신이 순수하게 사랑했고 갈망했던 리자가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창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랑의 좌절과 자신의 인생 수험생 낙제로

기뻐할 사람들을 보느니 스스로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니 슬펐다. 

 

쿠퍼 교수가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권위가 있는 사람이었고,

진심으로 학생들이 성장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학생들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텐데...

왜 다른 교수들과 학부모들이 쿠퍼 교수에게 굴복하며 눈치를 보고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웠다. 쿠르트가 보충 수업도 해가며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쿠퍼 교수의

심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젊은이의 고뇌와 좌절을 지켜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묵묵히 응원해주는 어른이 쿠르트 곁에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결말이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지며 이런 일이 정말 과거의 반성으로만 언급되고 반복되지 않아야할텐데라는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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